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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8-30 07: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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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남균진
 조회 : 3,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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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기다리며
-‘인디언은 말타고 달리다가 문득 멈춰서곤 한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제대로 따라오는지를 보기 위해-
이런저런일로 방학이 끝나는 마지막 휴일날 꼭 가려고 했던 견지조행이 무산되는 비극을 경험^^하며 다음주에는 꼭 가리라 맘 먹고, 또 아내에게 확약까지 받고 일주일을 보내려니 출조 예정이 없던 다른 어느 주보다 이번 주말이 기다려지고 가서 견지하는 광경을 떠올리니 괜히 실실 웃음이 나오고 즐거워져 문득 이런 말이 생각이 난다.
-‘하루를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일주일 행복하고 싶거든 결혼을 해라. 한 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 집을 지어라.....’-
그러고 보면 견지인에게 있어 한 번의 견지조행으로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견지인들에겐 이런게 어떨까?, ～를 행복하려면 출조를 하고, ～를 행복하려면 멍짜를 하고, ～를 행복하려면 견지대를 만들고^^ .....
그리 자주 출조를 다니지 못하는 나에게 한번 한번의 견지여행은 참으로 소중하고 의미깊다. 어찌보면 늘 익숙하게 다니던 곳을 향하고 눈에 익은 풍경들이긴 하지만 그 일상의 풍경들 속에서도 계절에 따라, 또 내 마음이 머물러있는 상태에 따라 눈길이 가고 또 다가오는 풍경의 폭과 깊이는 달라진다.
그리워하며 떠나는 여행.
일상속에서 티격태격 다툼을 하며 불편했던 이들도 어느새 정겨운 풍경속에 자리잡으며 봄눈 녹듯이 사그라들고 그렇게 옹졸했던 나의 마음에서 포용의 폭은 한없이 커지고 나의 자책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도저히 놓을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며 고집부리던 일들이 한 없이 작아지며 마음 한 구석에서 사라진다.
무엇이 그리도 대단하다고!
어찌하다 보니 독립군(^^)으로 다니는 조행과 가족과 함께하는 조행이 주를 이루지만, 혼자 떠나는 견지조행은 길 떠난 나그네가 흔히 그렇듯이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가장 외롭다.
자유와 외로움. 그 둘은 그렇게 서로 등을 맞대 이질적인듯 하면서도 한 몸 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여정중에 만나는 이들이 참으로 반갑다. 반갑고 고마운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늘 그곳에 있는 사물과 풍경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씩 다녀갈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지만...
여느해 보다도 유난히 방학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가족들, 아이들까지도 제각기 바쁜일정으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함께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도 달랠겸 가족과 함께 하기로 한 일정.
물맑고 경치좋은 내린천으로 쉽게 장소가 결정되고 판에 박힌 듯 똑같은 먹거리지만 역시나 삼겹살과 간단한 먹거리. 모든 준비물 역시 평상시와 같이 내 차지다. 그러고 보면 아내와 아이들은 함께 가주는것만 해도 눈물겹도록 고마워(^^) 해야 하는 행차다. 훗날 아내에게 늘 혼자만 산좋고 물좋은 곳으로 다닌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선 말이다.
전날 어느샌가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알람소리에 아직도 군기가 잔뜩 묻어나는 용수철처럼 빠른 동작으로 일어나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한다.
전날 저녁은 괜히 늑장을 부리고 여유를 부려 차에 짐을 별로 싣지 못하고 제대로 준비가 안되다 보니 새벽이 분주하고 평소보다 준비할 것이 많다.
5:30분, 밖에는 벌써 동이 터오고 평소의 출발보다는 다소 늦은 시간이다. 토요일 아침의 낚시점, 광미는 이미 부산스러운 주말 아침이 시작되었나보다. 문은 이미 활짝 열려져있어 부지런한 낚시인들이 이미 많이 다녀갔음을 짐작케한다.
꽤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임＊규선배님, 호＊아빠님과 몇몇분들이 방금전에 다녀가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On-Line상에서는 가끔뵙지만 직접 뵙기는 어려운 분들이 반드시 피해갈 수 없는 곳!, 조용히 견지를 즐기시는 분들의 근황도 낚시점에서는 들을 수 있다.
덕소를 지나 양평으로 들어서니 옆자리의 아내와 뒷좌석의 작은아이는 벌써 꿈나라에 가있다. 견지보다는 맑은 공기를 쐬고 싶다며 따라나선 아내가 꽤나 깊이 잠든 모습을 보니 지난 일주일이 무척이나 힘들었나 보다. 고단해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잠자는데 방해가 될 듯 하여 음악을 듣는것도 삼가고 조용히 머릿속으로만 상념에 잠겨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린다. 차는 어느새 철정검문소를 지나 상남으로 향하는 사잇길에 접어드니 그제서야 부시시 잠에서 깨어나는 아내는 잠이 한껏 묻어나는 목소리로 검문소직전의 할머니청국장집을 대뜸 묻는다.
이미 그 곳을 지났음을 알리자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전에 바로 인근에 위치한 청국장집에서 먹었던곳보다 직장동료들과 함께와서 먹었던 원조할머니청국장집의 맛을 잊지 못하여 딴에는 아침을 그 곳에서 해결할려고 했었는데 잠자는 어느 사이 쏜살같이 달려와 지나쳤으니.....(그럼 미리 말을 하지^^)
내린천으로 견지여행을 오게 되면 꼭 들러야 하는 집으로 현리의 두부전문집인 고향집(두부전골과 두부구이- 이 집은 철따라 바뀌는 밑반찬이 특별히 맛깔스러워 고향에서 맛 볼수 있는 옛맛 그대로이다), 서석으로 돌아서가는 길머리의 노점(감자전과 올챙이국수-강판에 갈은 순수한 감자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며, 열무김치의 맛으로 먹는 강원도 특유의 먹거리), 서석,철정,상남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정류장(막국수, 이집은 정말 편육이 일품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편육은 하지 않는다)을 꼽았었는데 이제 거기다 철정삼거리옆의 할머니청국장집이 추가되었다.
견지가 우선인 사람과 그것보다는 다른 것이 우선인 사람, 이렇듯 제각각 우선시 하는것이 다른( 어디 그것뿐인가? 입맛은 왜 또 그렇게 다른지 나원 참......)사람들이 함께 떠났으니, 그래도 후환이 두려워^^ 싫다는 내색없이 비위를 맞춰준다. 끊임없는 시소게임처럼 산다는게 다 그런게지.
상남 초입부터는 지난 폭우에 냇가에 인접한 길 가장자리가 휩쓸려 곳을 복구하느라 바쁘다. 우선 아침부터 해결하자는 아내의 말에 발길은 자연스럽게 현리의 고향집으로 향한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다른 가족들이 보이고 들기름에 구워 고소한 두부구이와 새우젓과 버섯을 넣어 양념을 한 전골로 아침부터 포식을 하고 용포리앞으로 향한다.
물색은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아니면 상류에서 공사를 하는지 흐리다. 여울은 지난 폭우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골짜기에서부터 내려온 토사와 돌무더기, 상류에서 휩쓸려 내려온 자갈로 전보다 바닥이 많이 메워져 있는 상태이다.
모처럼 같이 견지를 해보겠다고 준비를 하는 아이와 아내에게 채비를 차려주고 나도 이내 준비에 나선다.
멀리서 이따끔씩 물어주는 갈겨니, 무릎도 채 안닿는 물가 가장자리에서 견지를 하던 아내는 연신 갈겨니를 걸어 올린다. 줄을 풀어주고 챔질을 하는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다. 몇 년간 견지꾼이라고 다닌 나보다도 오히려 훨씬 낳다.
그동안 낚시 다닌다고 헤매고 다닌 나보다도 훨씬 나으니 이거 참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갈겨니 몇수에 만족하고 이내 물밖으로 나가버린 아내와 아이를 뒤로하고 혼자서 줄을 흘린다.
그러나 흐린 물색으로 그리 흥이 나지 않는다. 오전 견지를 마치니 사실 더 이상 견지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후엔 미산계곡으로 다시 향한다.
處暑를 지난 절기를 여지없이 닮아 어느새 바뀌어있는 山色.
마치 더위가 한풀 꺾인것처럼 그처럼 한껏 물기를 머금고 하늘을 찌를듯 성성하게 녹음을 펼치던 빛깔들도 어느새 그 기운이 꺾여 반환점을 돌고 있었다.
미산계곡의 물색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쉽다. 손을 담그지 않아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손시릴듯한 맑고 투명한 물빛들이 그리웠는데......
다시 돌아가야 겠다.
차창을 활짝 열고 달려보자. 그러다 문득 멈춰서서 나도 한번 되돌아봐야겠다.
내 영혼이 뒤따라오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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