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성일 : 2004-10-25 13:07:43
|
글쓴이 :
문오형
 조회 : 3,588
|
|
|
화창한 날씨도 우리의 모임을 축하해주는 듯 며칠 동안 추웠던 날씨도 따스함을 더하는 시간 토요일 오
후 12시 반 와이프를 상일동에서 픽업하자마자 서울을 출발하여 미산계곡으로 향했다.
단풍이 피크인 시점이라 많이 막힐 것을 염려하여 최선의 코스로서 선택된 길은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안IC를 거쳐 퇴촌으로 빠져 양평에서 홍천으로 가는 고속국도를 타는 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길은 순
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밥에 김을 말아먹음으로써 식사시간까지 줄여가며 가열차
게 밟으니 3시 조금 지나 목표지점인 미산계곡의 “남호민박”에 도착했다.
작년 공출시 너무 아름다운 경치에 매혹당해 조상훈씨와 그 다음 주에는 와이프를 대동하고 다시 올 정
도로 가을 경치가 빼어난 곳이 이곳 미산계곡이었기에 단풍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었는데..
불행하게도 올해의 단풍은 아직 시기가 조금 이른 것인지..아니면 지난 것인지 모르겠으나 작년과는 많
은 차이를 보였다. 원색의 강열함이 작년만 못했으며, 전체적인 모양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단풍경치로만으로는 저으기 실망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민박집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도착해 계셨다. 박춘택 회장님 부부, 하창우 부회장님 부부, 김기성님 부
부, 조상훈님 부부, 그리고 집안 일로 혼자만 오신 함재홍님.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가장 궁금한 조황에 대한 질문을 하니, 별로 신통치 않다고 하신다. 튀긴피래
미님(함재홍선배님)의 실력을 발휘하기위한 조건인 튀김재료인 갈겨니의 조과가 겨우 7마리라고 하신
다. 함선배님은 아직도 계곡에서 열심히 낚시중이시다. “그렇다면 낚시고수인 이 몸이 실력발휘를 해야
겠군”하며 서둘러 갈겨니 채포작전에 돌입하는데, 나 뿐만 아니고 다른 분들도 일제히 입수 준비를 하셨
다. 하부회장님 부인과 김기성님 부인께서도 남편의 도움으로 열심히 웨이더와 구명조끼를 입으셨다.
다른 분들은 민박집 근처계곡으로 속속내려가시고, 나는 와이프가 하얀민박 뒤의 경치 좋은 곳으로 데
려가달라고하여 자연스럽게 코스를 상류계곡으로 잡았다. 박회장님 부인과 조상훈님 부인을 모시고 하
얀민박 뒤 계곡으로 서둘러 도착하니 이곳은 써늘한 냉기가 벌써 흐르고 있었다. 산 봉우리가 바로 뒤
에 있어 이미 그늘이 형성이 돼 있었던 것이다. 가벼운 이부자리와 침낭과 약간의 먹거리를 들고 세분
은 이미 내려가 큰 바위옆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계셨다.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다시깔고 이부자
리는 덮고 안방인 듯 앉아계시다. 세분이 담소하는 자리를 뒤로하고 조금 상류로 올라가 기대에 찬 마음
으로 자리를 잡고 입수했다. 물은 떠먹어도 좋을 정도로 맑고, 오래 담그고 있으면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차갑다. 작년에 비해 상당히 추위가 빨리 온 듯하다. 작년에는 물이 아직은 그리 차지않아 물속에 갈겨
니는 물론이고 돌고기도 보이고 꺽지도 제법 많이 보였는데 올해는 갈겨니도 잘 보이지를 않는다.그러
나 저러나 낚시줄을 흘리니 곧바로 제법 힘찬 입질이 온다. “우후 바로 이거야”. 꺼니보니 20여센티의
열목어다. “너본지 오래구나 열목어야. 딱 일년만이구나.
요렇게 나오면 꽤 잡겠는걸”.
기대에 차서 계속 흘려보는데..아쉽게도 거의 묵묵부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추를 가볍게해서 20-30미터를 흘리니 가벼운 손맛이 온다. 감아보
니 기대했던대로 갈겨니다.
거의 10분에 한마리 정도의 조황을 보인다.
한참하다가 자리를 옮겨봐도 별무 신통이다. 5시 조금지나 추워지는 날씨에 기다리는 분들 생각으로 밖
으로 나왔다. 총조과는 열목어 1마리에 갈겨니 10여마리. 다른 분들은 많이 잡았겠지하고 민박으로 오
니 웬걸.. 그 많은 분들이 잡은 갈겨니나 내가 잡은 갈겨니나 비슷한게 아닌가?? 그만큼 빈작이다. 추위
에 갈겨니는 다 들어간 것 같다. 다행히 열목어는 총 6마리 정도 잡은 것 같다. 우리가 낚시하는 사이에
복정찬 총무의 가족이 도착했다. 사모님과 날씬하고 이쁜 중3, 초등생인 두 따님과 귀엽고 활달한 6살
귀염둥이 막내아들과 더불어 “쿠키”라는 이름의 애견이 도착해있었다.
이번 강송 부부모임의 목표는 사모님들에게 점수따기이다.
첫 부부모임 공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우리의 낚시인생의 상당부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
위에 있는 사모님들에게 잘 보여야만 남은 인생이 편할 것이다란 공통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그러한 목
표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리라. 하기사 하고한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사모님들에게 이런 데까지
나와서 남편의 시중을 들게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짓이 아니리라. 하창우 부회장님은 밥하시
고, 조상훈씨는 회뜨고, 박춘택 회장님은 회뜨는 조상훈씨 옆에서 보조하시고, 함재홍님은 갈겨니튀김
하시고, 나는 열심히 돼지고기 삼겹살, 새우, 소시지를 굽는 등..각자 알아서 열심히 저녁 준비하여 속속
사모님들의 상위에 올리니 감격해하고 행복해하시는 사모님들의 모습에 덩달아 뿌듯해지는 남편들. 사
모님들의 배가 그득 찰 때까지 남자들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물 금지령이 내리니, 미안해 하면서도 행복
함을 감출길 없는 듯 서브하는 남자들이나 서브받는 여자분 들이나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용포에 자리를 잡으신 이춘근님 부부께서 오셔서 합류하셨다.
회와 고기와 맛있는 튀김이 있는 곳에 어찌 알코올이 빠지리오.
하부회장이 가져오신 6년근 인삼을 서너뿌리 넣어 2년간 숙성시킨 인삼주가 우선 돌려지고, 날씬한 병
에 담긴 복분자 와인이 술이 약한 여성분들을 위해 돌려지고, 더불어 이하상 박사님께서 선물하신 산머
루 와인이 돌려지니 각자 맛보기도 바쁜데, 거기다가 약초의 명인답게 이춘근님 사모님이신 허정민님께
서 손수 담가서 가져오신 오가피주와 돌배주가 돌려지니 한 잔씩 맛보기도 바쁘구나. 박정학님과 내가
가져온 시바스 리갈은 명함도 못 내밀고, 저만치서 푸대접을 받는다. 여자분들께서 비로소 배부르다고
선언한 이후에 남자들도 본격적으로 합류하여 음식을 먹었다.
모두들 포만감에 젖을 정도로 맛있게 저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마당에서 캠프화이어를 시작했다. 모
닥불 옆에는 다시 한상이 차려지고 그 옆에는 숫불구이판이 준비되어 복총무의 비장의 무기 고갈비(고
등어 숯불구이)가 구워지고 상 뒤쪽에는 수장대 위에 3파장 램프가 빛을 발했다. 제법 쌀쌀한 날씨가
캠프화이어의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했다. 마침 마당에 있던 의자를 가져다가 불 주위에 둥그럽게 각
자 자리를 잡고 준비한 조각얼음에 위스키를 부어 강송의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를 하고 한 잔씩하니 분
위기는 무르익어 갔다.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크지않게 활활 타오르는 붉은 불빛은 모두의 가슴을 따스
하게 데웠으며, 모두의 마음을 행복감에 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또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공조
의식이 행복감을 배가하는 것 같았다. 하늘에는 하나하나 별들이 자리를 잡고 우리의 가슴에도 오늘의
모습이 총총히 박히는 듯했다.
김기성님의 제안으로 사모님들의 견지인 남편을 둔 아내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의 감상을 각자 밝히는
시간은 서로의 입장을 뒤돌아보게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견지를 즐겨하는 남편을 제어하지 못하는
한 그러한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 안에서 즐거움을 최대한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선
택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었다. 담소가 깊어질 즈음 조상훈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노래자랑 시간
도 재미가 있었다. 우리의 귀여운 귀염둥이 현철이의 불장난(장작개비를 발로 툭툭차서 하늘로 불꽃을
올리는)은 어린시절을 뒤돌아보게하는 계기가 되었다. 못추는 막춤으로 현철이 못지않은 재롱을 떤 조
모씨도 분위기 형성에 일조를 했다. 캠프화이어를 조금 벗어나서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나 별이 많아 소
리를 힘차게 지르면 곧 쏟아질 듯 했다. 주위에서는 잘 보이는 별도 밝은 캠프화이어 바로 위에서는 잘
안보이 듯이, 우리의 인생도 잘 나갈 때는 바로 옆의 불행이나 곧이어 다가오는 불행의 그림자를 못 보
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모닥불이 사위어갈 즈음 모두들 모닥불을 가슴에 안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때가 새벽
1시경이니 무려 5시간 이상의 캠프화이어를 한 것이다.
개인약수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민박집으로 내려오니 아침식사 준비로 모두 바쁘
다.
나는 과일을 깎았다. 조상훈씨가 준비한 재료로 올갱이된장국과 콩나물북어국이 준비됐다. 둘 다 맛이
기가막혀 모두 두세 그릇씩 먹어 배가 올챙이배가 될 정도였다.
아침밥을 과일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각자 무엇을 할 것인가 정하는 시간에, 허정민님을 따라 아침가리
로 약초를 캐러가는 팀과 견지팀으로 나뉘게 됐다.
나와 조상훈씨 그리고 함재홍님은 견지를 하고, 김기성님 부부는 견지하는 것 구경하시고, 나머지 분들
은 전부 약초산행에 동행했다.
채비를 하여 내려가니 함선배님은 이미 자리를 잡고 견지를 하고 계신다.
열목어 한마리를 건지셨단다.
민박에서 가까운 자리로서 작년에 나도 열목어를 몇마리 잡은 곳이고, 어제도 다른 분들이 대 여섯 마
리 잡은 곳이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챔질을 해도 종무소식이다.
그 자리에서 철수하여 조금더 올라가 큰 소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조상훈씨는 바로 위 소에서 견지를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40센티정도되는 열목어를 잡았다고 자랑한다.
거기에 흥분되어 나도 열심히 챔질을 해보나, 어쩌다 갈겨니가 잡혀나올 뿐 열목어는 잡히지 않는다. 조
상훈씨는 연신 열목어를 걷어 올린다. 나는 점점 열받는다. 도대체 내 소가 더 크고 조건도 더 좋은데 왜
안잡히는걸까? 조상훈씨는 낚시바늘 흘리는게 힘들어 보이는 곳이다. 보기 딱했는지 조상훈씨가 자리
를 양보한다. 못이기는 척, 응하여 자리를 잡고 바늘을 흘리니 입질이 온다. “역쉬이~ 자리가 좋군”. 연
신 세 마리가 걸린다. 씨알도 좋다. 조상훈씨가 잡아논 놈은 한 35센티 정도 돼 보인다. 내가 잡은 놈은
한 30센티정도. 열목어가 바글바글한 곳인가보다. 4마리를 잡고 2마리는 바로 앞에서 놓치고.. 점심시
간이 되어 자리를 떠나며, 열목어를 다시 한 번 감상하며 방생한다. 근데 열목어 낚시는 긴장감이 없다.
30센티가 돼도 별로 힘을 못쓴다. 갈겨니 큰 놈 걷어올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힘이 없다.
아침가리골에서 돌아오는 분들이 늦게 오시는 바람에 점심은 3시경 시작됐다. 메뉴는 송어회다. 민박
집 조금 위에 “부린촌”이라는 음식점에서 늦은 만큼 모두 시장했는지 허겁지겁 맛있게 싹싹 먹는다. 산
에서 캐온 약초도 식탁에 오른다. 향기가 좋다.
식사를 마치고 민박집으로 다시 내려와 출발 시간까지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한다.
조상훈씨의 권유에 못이겨 다시 냇가로 내려가서 견지를 해본다.
가자마자 20센티 정도의 열목어 한마리 외에는 조황이 없다. 나는 일치감치 포기하고 와이프가 책을 보
는 물가로 나오고, 늦게까지 실력발휘로 망가진 체면을 살려보려는 조상훈씨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
하고 한 마리도 호응을 안 해주는 물고기들을 원망하며, 그는 6시경 물가를 나왔다.
드디어 6시 반.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채 우리는 미산계곡을 떠났다.
아름다운 산이여.. 다시 볼 때까지 잘 있거라.
차가운 열목어여.. 다시 볼 때까지 무럭무럭 자라거라. 그리하여 다음에는 팽팽한 대결을 한 번 펼쳐보
자꾸나.
|
|
|
|
견지조행기
|
|
|
Total 455
|
Copyright ⓒ gyeonjinet.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제기동 고산자로 459 부림빌딩 403호 (02)957-181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