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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6-08 08: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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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백경수
 조회 : 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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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자 잡은날 (2005. 06. 05)
“또 지구를 걸었네”
-- 낚시바늘이나 봉돌이 돌틈에 끼어 잘 빠져나오지 못 할 경우 ‘돌에 끼었다’라는 표현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
봉돌이 무거워 견지대를 머리위로 들어 조금씩 조금씩 시침질을 하다보니 바닥에 잘 걸렸다.
줄을 왼손으로 잡아서 당기며 설장의 줄을 몇바퀴 풀어서 가볍게 줄을 튕겼다.
그리고 줄을 감으려는데 여유줄이 없다.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견지대를 당겨보지만 아까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살짝 튕겨보았다.
그 순간
견지대가 휘~청 하더니 턱 턱 턱 서너번 줄이 풀어져 나간다.
그리고는 또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도 걸었습니다”
얼굴 가득 미소가 피어오른다.
나도 그 귀한 멍짜를 한 수 올릴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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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에게 견지의 우수성과 묘미, 그리고 여울의 풍광을 이야기하며 견지를 해보기를 몇 번 설득하였고, 친구는 견지대 2대를 장만하게 되었다.
가족과 몇 번 피라미를 잡아보고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난주는 가족과 같이 홍천강 왕박골을 가서 줄을 끊어 먹었다며 아쉬워서 왕박골을 다시 한번 가봐야 겠다는 것을 이리 저리 다른 견지터에서 피라미를 잡아보게 하고는 이곳 임진강으로 왔다.
견지소모임 ‘고양나라’와 ‘한여울’의 공동출조로 임진강 옛 화이트교 앞에 자리를 잡은 곳에 12시쯤 도착했다.
오랜만에 뵈는 ‘고양나라’ 회원님들 그리고 ‘한여울’ 회원님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견지초보인 친구도 소개를 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가 어느정도 끝나가니 한사람, 한사람 여울로 들어선다.
많은 분들이 여울에 들어서니 조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한상기 선배님과 친구와 나는 임진강 상류의 임진나루로 가기로 했다.
임진나루에 도착해서 여울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행락객들이 여울에 가득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힘찬 물살이 형성되어 있는곳은 견지를 하기에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견지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으니 설망을 써보자고 했고, 한상기 선배님은 능숙하게 설망준비를 하고는 여울에 들어섰다.
5분도 채 안되서 선배님의 견지대가 설장을 타며 누치가 있음을 알렸으나 누치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조금 있다가 견지초보인 친구에게도 설장을 휘는 고기가 걸렸으나 견지초보답게 몇 번 감고, 설장을 타고 하다가 놓쳤다.
경험이 쌓이니 다음에 걸리면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위로를 하며 다시한번 줄을 감아들이는 방법을 설명했다.
설망의 효과를 입증하는 셈이었다.
큰 고기가 배테랑 한상기 선배님을 우롱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문동원 선배님이 도착해서 여울에서 견지를 하는 사람은 4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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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감지 뭐해”
문동원 선배님이 샘을 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빨리 고기가 보고 싶어 하는 말인지 재촉이 심하다.
줄을 감으려 해도 도무지 감아지지가 않는다. 줄을 조금만 늦쳐줘도 늦쳐진 만큼 멀어질 뿐 줄을 감을 수 있는 여유는 전혀없다.
견지대를 위로 쳐들고 안쪽여울로 비켜갔다. - 다른 사람에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서서히 위쪽 (상류 또는 오른쪽) 으로 견지대를 당겨서 감을 수 있는 줄의 여유를 확보하고는 아래쪽 (하류 또는 왼쪽) 으로 견지대를 재빨리 내려서 설장에 줄을 두어바퀴를 감았다.
그러나 턱 턱 턱. 서너바퀴가 풀어져 나간다.
힘들게 감아놓으면 다시 풀어져 나가고, 또 감으면 풀어지고...
처음에 고기가 걸렸던 곳보다 족히 줄이 10m는 더 풀어져 나가 있다.
“백총 아직까지 뭐해”
-- 작년 (2004년)에 ‘여울사랑’의 총무를 지내는 덕에 ‘백경수 총무’의 줄인 말로 간혹 ‘백총’으로 불려지기도 했고, 이제는 몇몇분이 별명처럼 부르기도 한다.
줄을 설장에 감고, 풀어져 나가고, 또 감고, 또 풀어져 나가기를 30여분 힘겨루기를 하는중이다.
그 사이 한상기 선배님이나 친구도 설장을 타 보기는 했지만 누치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 대물들만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 여기서는 제압이 안될 것 같은데”
그래야겠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설장을 타니 낚시줄에 꽃이 피었다.
낚시줄이 미세하게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무릅 아래의 여울로 나왔지만 누치는 깊은 곳에서 나오지가 않는다.
문동원 선배님은 잉어라고 할 정도였다.
얕은 여울에서도 몇 번 줄을 감고, 설장을 타고...
정말 손 맛은 커녕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물론 엄지손과 집개손은 아픔이 넘어서서 마비가 오기 시작한다.
“와~~ 무지하게 크다”
“잉어인가봐”
“여기에 이렇게 큰 고기가 다 있어 ?”
얕은 곳에서 누치의 바늘털이가 시작되자 주위에 있는 행락객들이 모여들면서 서로들 한마디씩 한다.
조심스레 잡아내놓고 꿰미에 끼워놓으니 온몸에 힘이 빠진다.
주저앉고 싶다.
“줄자 가져올께”
문동원 선배님이 물에서 나와 크기를 재보자고 한다.
“저도 줄자 있습니다”
작년 가을 ‘고양나라’ 번개에 참석해서 선물로 받은 줄자가 있었다.
--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
대강 줄자로 재어보니 5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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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대 : 1호대 정도 (구재명님 제작)
낚시줄 : 1호줄 (모노필라멘트-저렴한 제품임)
바 늘 : 5호 (은색)
봉 돌 : 황동추 2개, 그만한 두께의 편납 하나
(그냥 들고 있으면 견지대가 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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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 창간호에 기고의 글을 올렸듯이 나는 피라미 예찬론자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깊은여울, 쎈여울에는 들어서지 않았다.
아니 겁이 많아서 깊고 쎈여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이 더 확실한 표현일성 싶다.
그러다 보니 앝은 여울을 찾고, 누치를 잡기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이지 않아도 피라미는 편하게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물론 피라미라도 여울의 상황이나, 흐름, 그리고 미끼를 주는 방법이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치를 잡기 위해 힘든 여울에 들어서는 것 보다 더 즐겨했고,
피라미의 그 파닥거림이 견지대를 통해 손으로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떨림을 즐겨했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얕은 여울은 행락객의 차지여서 깊고, 쎈여울로 들어서야 했고, 견지를 시작해서 첫 멍자를 올리게 되었다.
감히 멍조사의 대열에 끼었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
기념사진 한장 (임진강 임진나루에서)
문동원 선배님도 한컷
멍자를 걸어낸 견지대 (구재명님 제작)
낚시줄이 하얀색으로 변해 꽃이 피어있다
설장을 탄 부분은 특히 많이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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