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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1-04 15: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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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상훈
 조회 : 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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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넓은 빙판 위 얼음구멍
빨간 바늘에 걸려오는 작은 입술
뱃속까지 투명한 은빛이 ‘파다닥’
새해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체감온도에 관계없이 봄의 입김을 느끼게 된다.
십중팔구는 새로운 희망과 의욕을 가다듬게 마련.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꿈을 무슨 비밀인 양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지며 맞게 된 새해 벽두다.
시조(始釣)를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후배인 복정찬 사장 가족, 선배인 김영식 학원장과 함께 빙어낚시를 가기로 했다. 집을 나서는데 뜻밖의 한파로 매서운 한기를 느끼게 한다. 집사람은 이런 추위에 무슨 낚시냐고 했지만 “매사는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기대감에 부푼 우리에겐 가는 길목의 풍경이 하나같이 아름답기만 했다.
서울에서 경춘가도를 달려 의암댐을 우측에 끼고 2시간여 만에 당도한 춘천댐 중류의 신포리 낚시터. 평일인데도 빙원은 낚시꾼으로 가득 찼다.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면서 채비를 서두르는데, 김 원장은 벌써 빙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김 원장이 끌로 미리 뚫어놓은 얼음구멍에 빙어낚시 특유의 섬세한 채비를 물속에 드리웠다. ‘톡톡’, 빙어 녀석이 물고 늘어졌다. 작은 입술에 빨간 바늘이 걸린 빙어가 은빛 앙탈을 부리며 올라왔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가족들이 환호하며 서로 낚아보겠다고 견지대를 주문했다. 나는 내 낚시가방에 있던 견지대를 모두 꺼내 일일이 채비를 만들어 하나씩 건네주었다.
처음 해보는 빙어낚시에서 고기가 앙탈을 부리며 올라오자 다들 환호를 지르며 즐거워했다. “낚는 것은 그런 대로 하겠는데 파득거리며 앙탈하는 고기를 떼내는 것이 쉽지 않네요. 이 고기 좀 떼내주세요” 하며 집사람이 견지대를 주었다. 나는 이쪽저쪽을 오가며 고기를 떼어내고 미끼를 끼워주고 챔질 시기를 일러주며 채비를 다시 매어주는 등 초보자 교육에 한참이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서로 빙어를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복 사장의 딸 혜빈이는 처음 해보는 낚시라 채비를 내리기가 무섭게 채비가 엉켜버렸다. 나는 다시 채비를 만들어 주며 견지대를 다루는 법과 채비를 내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저씨 입질이 뭐예요?”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얼음 구멍 위에 동동 떠 있던 찌가 물밑으로 잠겨 들어가는데, 입질이란 물고기가 이같이 미끼를 건드리는 것을 말한단다. 이때 챔질을 하면 고기가 낚이는 거지”.
찌가 물속으로 들어가 챔질을 해도 고기가 걸리지 않자 혜빈이는 “입질은 오는데 빙어가 낚이지 않아요”라며 울상이다. “챔질은 드는 듯이 약하게 하지 말고 손목의 힘으로 좀더 강하게 채는 듯이 해주어야 한다”는 설명에 귀 기울이던 혜빈이는 금세 빙어를 낚았다. 이리저리하여 온 가족이 낚시에 몰두했고 빙어는 잘도 물고늘어졌다.
입질이 뜸해지면 얼음 속 사정을 농부가 밭이랑 알 듯 훤히 파악해 빙어의 회유로에 정확하게 얼음구멍을 뚫어 놓는 김 원장의 솜씨에 모두가 경탄을 자아냈다. 낚인 빙어는 김 원장이 얼음판에 만들어 놓은 빙어 모둠 웅덩이에 모아놓았다.
빙어는 작기는 하나 참으로 아름다운 물고기다. 뱃속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여 똥은 물론 내장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가녀린 빙어 한 마리를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복 사장이 준비해 온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산 채로 입에 넣으니 입속에서 꼼지락거린다. 그 맛은 달고 쌉쌀한 게 약간 비리면서 생굴과 멍게, 전복을 합친 것 같은 향기를 낸다.
김 원장도 한 마리를 먹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최고라고 한다. 집사람과 혜빈 엄마가 징그러운 듯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유 징그러워, 살아 있는 것을 먹다니” 하면서 손사래를 치던 그들도 한 마리씩 먹어 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몇 마리를 더 먹었다. 함께한 일행은 입을 모아 빙어낚시를 칭찬하며 다짐했다. 주말에 또 오자고….
조행난이 썰렁해 작년 조행기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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