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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2-24 14: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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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조행(섬진강 다압여울)-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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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영각
 조회 : 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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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하루는 길었다. 오후 5시가 되었는데도 어둠이 내리지 않는다.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해질 무렵은 섬진강도 녹녹치 않았다.
체온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느낀 우리는 철수를 시작했다.
봉암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오늘 저녁은 내가 참게탕으로 살랑께 암말도 하덜 말어.” 어!어! 그래! 단호하시다.
참게탕이 들어오기도 전에 또 이슬이 잔을 친다.
이슬이와 참게탕의 만남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우리는 참게탕과 함께 봉암 선생님의 견지 일대기를 재미있게 경청했다.
그중에서도 수제 견치채를 구하기 위해서 눈물겨운 노력을 하셨던 부분이 흥미로웠고, 진한 감동으로 남았다.
서울에서는 청량이나, 광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견지채를 지역 특성상 3년이나 찿아 헤매셨다고 하신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견지채에 대한 욕심이 많다고 하신다.
봉암 선생님이 떠나시고 난 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이슬이를 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을 밝히는데, 다들 이슬이를 전투적으로 들이킨다.
요는 간단하다. 탱크형의 코고는 소리를 이슬이로 잊어보려는 심산들이다.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는 우리는 달콤한 잠자리를 강탈당하지 않기 위해 이슬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있었으니 재섭이 형이다.
자꾸 동네 아줌마를 찾는다.
섬진강까지 와서, 그냥은 잠이 안온다고 물 좋은 아줌마를 찾아 달라고 칭얼댄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깨끗이 씻고 몸단장하고 재섭이형 옆에 곱게 누워야만 했다.
아침공기가 시원하다.
우리가 다압여울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장희님도 당도하여 반갑게 맞아준다.
10시쯤 입수하여 황어 손맛을 보기위해 욕심을 내어보았지만 섬진강이 허락하지 않는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서 손이 시리고, 몸에 한기가 엄습한다. 포인트에서 200여 미터 위로 올라가 1시간쯤 줄을 흘려 보았지만 허당이다.
정민형과 이장희님이 모래섬에 고목을 주어다가 불을 피웠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 해가 보이지 않으니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다압여울은 물이 찼을 때에는 여울이 보이지 않다가 물이 빠지면서 여울이 조금씩 형성된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물 빠지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30분 정도 몸을 녹이고 다같이 포인트로 입수하였다.
입수 한 지 20분여 지났을까???
소식이 온다.
막 올라온다.
어제보다 더 많이 올라온다.
특히 재섭이형은 덕이 바꾸어 달기도 바쁘게 올라온다.
섬진강 고기가 오늘이 재섭이형 생일인줄 아는가 보다. 멍짜도 재섭이형의 포로가 되었다.
나는 한번 덕이로 3연타를 날리기도 했다.
12시경 이재일님이 지인들과 다압여울을 찾았고, 봉암선생님도 뒤이어 오셨다.
이재일님은 봉암선생님과 하류인 하동여울로 움직였다.
3시 30분 까지 조과는 실로 놀라웠다.
토요일 보다 씨알은 조금 떨어지지만 마리 수에서는 압도적이었다.
한겨울에 이렇듯 누치의 손맛을 징그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봉암선생님이 4시경 다시 여울을 찾으셨고, 다음에 보자 하시며 손을 잡아 주셨다.
선생님은 황어 손맛을 못 봤응께, 다시 한번 오라 하신다.
우리는 상경길에 하동여울에 들려 보았다.
하동대교에서 2킬로미터 위쪽에 위치한 여울로 물발이 강하고 길며, 폭이 좁고, 굵은 돌들이 바닥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동여울에는 이재일님과 조금전 집에 간다던 이장희님이 시침을 하고 있었다.
하동여울은 다압여울보다 조과가 더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대적비급 이상만 나온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장희님이 막 걸어낸 누치는 계측결과 46센티미터였다. 물발이 좋아 손맛은 더욱 일품이라고 했다.
손이 떨리고 침이 마른다.
에이씨 오늘은 하동여울에서 할~~걸..........................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그렇게 손맛을 봤으면서도............
하동여울의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는 긴 여정의 길로 다시 몸을 던졌다.
상경하면서 여러 선배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애기 낳고 변변히 여울에 서지 못한 나를 더듬어서 전화주신 회장님이 고맙고, 먼 길 오가며 운전해 주시고 교통편 제공해 주신 재섭이형이 고맙고, 추울 때 불 피워주고 아침 저녁에 간식까지 든든히 챙겨주신 정민형이 고맙고....... 정말 아름다운 조행이었습니다.
저의 조행은 형님들과 봉암선생님 그리고 이장희님이 있어 더욱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조행이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리플 마니 달아주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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