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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7-19 10: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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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대훈
 조회 :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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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다른 느낌을 위해 조행기에 글을 올립니다. 여러 선배님들의 넓은 아량바랍니다.
황금비늘의 손영욱 고문님이 오픈하셨다는 펜션 <은하수와 여울>을 7월16일부터 2박을 예약하고 다녀왔습니다. 장맛비가 한창 내린지라 펜션앞 여울에서는 못하더라도 어디선가 이틀을 푹 견지를 하며 송어를 잡아보고 싶어 16일 저녁 두아이와 아내를 동반하여 정선을 향했습니다.
온가족이 이틀동안 견지할 요량으로 덕이를 반깡이나 준비하여 영동고속도로 진부에서 오대천을 끼고 정성을 향하다, 정선 10여리를 못미쳐 왼쪽 조양강쪽으로 난 길, 펜션 <은하수와 여울> 이정표를 따라 펜션에 도착하니 우산을 펴 들고 손 고문님께서 마중을 나와계셨습니다. "여기에 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라는 펜션입구의 글귀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시는 손고문님의 인상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밤이었습니다.
아내와 두아이와 함께 인사드리고 배정된 <사랑>이라는 가족실로 들어가 늦은 저녁을 해 먹고는 토요일부터는 비가 오지 않기를 그리고 빨리 여울이 맑아 지기만을 기도하며 잠에 들었지요.
토요일 제헌절 아침. 이른 새벽에 펜션앞에 걸린 태극기를 보며 오늘이 제헌절임을 쥐꼬리만큼 실감해 봅니다.
비는 간간이 계속 내리고 우중 견지를 가족들까지 데리고 한다는 것은 딱 "미친뭐"소리 들을 것 같고 마침 오늘이 정선 장날이라하여 정선읍내로 향했습니다. 장터구경을 하고 장바닥에서 콧등치기국수와 올챙이국수 그리고 전병이라 부르는 만두속을 넣고 부칭개를 둘둘 말은 음식을 먹고 점심을 해결하고는 꼬마기차를 타고 구절리까지 굽이굽이 조양강의 황톳물이 바라보며 정선에 다시 돌아와 후다닥 정선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정선아리랑 창극을 보고 펜션에 돌아오니 저녁 무렵. 손고문님 사모님께서 손수 곤드레밥을 준비하시어 저녁상을 차려주시어 환상적인 곤드레 밥을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송어는 켜녕 여울만 바라본 하루였습니다.
한명국선배님의 말씀처럼 비 온 뒤의 하천은 중국의 황하처럼 흐른다하는 말씀이 귓전을 맴돌고, 극적 구성력은 좀 부족하지만 정선 아리랑 창극 공연을 관람한 것은 멀리 정선까지 와서 멋진 창극을 하나 가슴에 담아갈 수 있었으며, 묵은 김치와 제대로 담궈진 장맛과 함께 어울어진 곤드레밥은 천하 일미였습니다. 햄버거나 피자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도 묵은 김치와 곤드레 밥을 맛있게 먹으니 곳곳에 숨겨진 우리 음식의 깊은 맛과 멋을 '맑은 여울'과 '송어견지' 부럽지 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6시부터 아이들을 깨우고는 아쉬운 짧은 인사를 손고문님 내외분께 드리고 정선성당에서 7시 주일미사를 참례하고는 기화천으로 갔습니다. 기화천 신탄나루 근처 주차장에는 막 도착하신 유재혁님이 입수준비를 하시고 계시더군요. 기화천 여울은 좁은 계곡의 지형이라 여울밖 둔턱도 높은 축대로 거의 없고 진입도 불편했기에 내겐 썩 마음에 드는 여울은 아니더라구요. 왠지 견지는 물고기를 낚는 즐거움도 있으나 풍광을 바라보는 여유도 있어야 한다는 마음때문인 듯 합니다.
한 1시간 가량 덕이를 쉴새 없이 뿌려주며 오징어를 달고 시침질을 해봐도 나도 아이들도 입질 한번 못 느끼는지라 송어의 꿈을 접었습니다. 아마도 언젠가 다시 송어의 꿈을 가지라는 계시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견지를 접자는 말에 작은 아이 종규는 못내 아쉬워 하더군요. 아마도 이른 아침 미사중에 송어를 잡게 해 달라고 기도 했는지도 모릅니다. 문득 요즘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서 나오는 "꿈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나이를 먹고 견지를 배워가는 길이 아닌가를 생각해 봅니다.
집에 돌아와서 남은 덕이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을 제일 먼저 하였습니다. 아직도 마음은 송어를 찾아다니고 있나봅니다.
사진설명 :
<윗사진> 손고문님 사모님이 차려주신 곤드레밥상
<아랫사진> 펜션 <은하수와 여울> 앞 마당에서 조양강을 배경으로 한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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