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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2-30 0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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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문오형
 조회 : 3,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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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닷컴 조행기에 올린 글입니다.
이 곳의 contents가 빈약하여 다시 올립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읽으셨던 분들도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을 겁니다. 안 읽으신 분들은 더욱 재미가 있겠지요.
아침가리골 여행기 (2003/8/18)
최근에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차를 outdoor의 정상으로 통하는 랜드로버로 바꿨다.
차를 이걸로 바꾼 후 이 친구가 나를 귀찮게 조르는 버릇이 생겼다.
친구들 사이에서 outdoor 전문가로 통하는 문오형이 아니었던가!
하여 여기저기 off-road의 유명장소로 같이 가자고 조르는 것이다.
이 친구랑 지난 번에도 대관령 목장을 가족동반으로 같이 다녀온 바가 있었는데, 그 이후에 친한 선배랑 아침가리골을 다녀왔단다. 근데 너무 좋았고, 자기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 곳에 온 사람의 말로는 밤에 산메기가 우글우글하단다. 그걸 잡아서 매운탕도 끓여먹고 텐트치고 맑은 물가에서 쉬면 좋지않겠냐고 자꾸 같이 가잔다. 참고로 이 친구는 낚시에 취미도 없거니와 전혀 낚시도구도 없다. 음..주말에는 누치를 잡으로 단양이나 홍천강으로 가야하는 데.. 그 시간을 여기에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
친구가 강력하게 원하기도 하고 와이프도 가고싶어하는 지라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연휴를 드디어 여기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8/15일 아침 6시에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날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저녁에 광미에 들려 덕이와 묵이를 살 계획이었으나, 도로정체를 핑계로 TV를 보면서 꾸물꾸물하다가 채널을 어느 곳으로 돌리니 17세 이하 한국 대 미국의 국제 축구대회를 하지않는가! 요걸 놓칠 순 없지.
보다보니 시간은 자꾸가고 스코어는 2:1, 3:1, 4:1 까지 가지않는가..
에이 신경질나는고 ㅠ.ㅠ
잠 줄여가며 응원을 하고있건만 한골도 못넣고(1골도 저쪽의 자살골임) 4골씩이나..
헌데 마무리까지 보자고 붙들고 있는데..5골까지 먹는게 아닌가.
참을성의 한계를 초과하는 관계로 TV를 끄니 한시가 넘었다.(나중에 신문을 보니 한 골을 더 먹어 6:1로 졌더군 ㅠ.ㅠ 배부르겠다.)
후다닥 차를 몰고 광미를 들리니 문이 잠겨있지 않은가??
불은 켜져있는 걸로 보아 장사를 하는 것은 같은데..
문을 애타게 두드리니 졸린 눈을 부비며 사장님 따님이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휴! 한숨을 돌리며 덕이와 묵이를 구입하고 여분으로 낚시줄도 몇 개 산 후 다시 서둘러 집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빨리 자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 지 잠이 오질 않는다. 뒤척이다 잠든 시간이 3시경인 것 같다.
자명종을 맞춰놓으려 했으나 고장이라 포기하고 최면을 걸면 깨지겠지하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6시다. 이것저것 준비하면 30-40분은 걸릴텐데..큰일이다. 친구에게 좀 늦을테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라고 전화한 후 후다닥 준비하여 출발.
친구도 아침을 먹기위해 휴게소에서 머뭇거리는 관계로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출발한 시간이 7시경. 팔당대교에서부터 양평까지 길이 막힌다. 그래도 생각만큼은 덜 막히는게 다행이다.
양평에서 홍천까지는 초고속으로 달려 4차선이 끝나는 구성포에서 서석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서석 좀 못미쳐 상남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다가 단골 길거리 음식점에서 아침으로 올챙이국수를 한그릇 먹고 옥수수를 산 후 다시 출발. 그 곳에서 산 옥수수 맛이 기가 막히다. 근처에 수하리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으로 매년 가족 혹은 혼자서 여러 번 들렸던 데다. 들릴 때마다 길거리의 간이 음식판매점에서 맛있는 감자부침과 조막걸리를 한잔씩 들이키며 주의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다.
푸근한 아주머니의 인심은 후할대로 후하셔서 음식을 항상 넉넉하게 주셨으니, 마치 고향의 튓마루에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는 기분을 누렸었다. 하지만 근래는 누치잡이에 미쳐 한동안 안들렸던 관계로 주인 아주머니도 잘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견지낚시 너의 죄가 자못 크도다!
상남에서 돼지고기와 번개탄을 사고 현리까지 간 후 진동계곡쪽으로 접어들었다.
진동계곡의 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매우 맑아보였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접어드는 입구에서 약수터 쪽으로 올라가니 드디어 비포장길이다. 비교적 가파른 비포장길로 접어드니 진정한 off-road를 만끽하는 코스로 접어든 것이다.
약수터로 가는 길을 지나 계속 올라가니 시멘트 포장길이다. 포장길을 지나니 다시 비포장길이 나오고 고개를 지나서 내려가는 길은 다시 한동안 포장길이 나온다.
생각보다는 길 상태가 양호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길은 아침가리골 중에 한 정상에 예전에 군부대가 있어서 통행하느냐고 만들어 놓은 길이란다. 군부대는 오래 전 철수하고 그 이후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아 냇가마다 놓였던 다리가 홍수에 쓸려나가 길이 제대로 이어지지가 않은 상태로 오늘날 오지탐험을 즐기는 off-road 매니아들의 주단골 여행코스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아침가리골이란 지명은 아침에 잠시 밭갈 정도의 해가 비추고 금새 져버릴만큼 첩첩산중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침가리골을 한자로 풀이하면 조경동이다. 아침 조(朝), 밭갈 경(耕) 자를 써서 조경동이 되었다. 주로 지도에 표시된 지명이 조경동이라고 하며, 이곳 주변을 일컬어 3둔 4가리라고 하는데 정감록에 나오는 피장처 10승지에도 포함될 정도로 깊은 산골이다. 3둔은 월둔,달둔,생둔이고 4가리는 명지가리, 적가리,연가리,아침가리라고 한다.
첫번째 다리는 비교적 건재하다. 다리 위쪽에 좋은 소도 형성이 되어있고 모래사장도 있는 것이 캠핑장소로도 좋아보였으나, 그 근처에 이미 자리를 잡고 텐트친 사람도 있고 냇가에 접근하기도 어려워 보이고 하여 일단은 좀더 가본 다음에 오더라도 오기로 하고 전진!
이젠 제법 길이 험하다.
앞 쪽의 친구 가족은 뒤쪽의 오픈된 부분으로 상체를 내놓고 off-road의 진수를 만끽하기 시작한다.
친구 와이프와 아들은 좋아 죽는 시늉을 한다.
옆에 앉은 와이프는 부러워 하는 눈치다. 그렇다고 무쏘의 뚜껑을 분해할 수 도 없고..ㅠ.ㅠ
얼마동안 가다가 길을 막는 도인같은 턱수염을 기른 사람과 친구가 뭐라고 대화를 한다. 혹시 더 이상 못들어가게 하는건 아닌가?? 자못 불안한 데.. 무사히 지나친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가라고 하더란다. 저런 분이 계시니 이런 곳이 잘 보전이 되는구나하는 고마운 생각이 든다.
2륜차는 도저히 못지나갈 정도로 물이 흐르는 냇가를 건너 다시 한참 가니 다리가 보인다.
다리 위에서 내려 주의의 경치를 보니 자못 경이롭다.
다리 상류에는 조그만 소가 있고 소옆에 조그만 모래사장이 있어 사람이 머물다 간 흔적이 있고, 다리 아래 조금 밑에는 비교적 큰 소가 형성이 되어있어 낚시도 충분해 보인다. 주위는 온통 녹색이 가득한 산들로 둘러쌓여 있고.. 하늘은 푸르고 청명하다.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은 비경..그런 곳이다.
더구나 좋은 것은 다리가 비교적 넓고 깨끗해 텐트 2-3개를 치고 차를 주차하고도 다른 차가 지나가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 그래서 우리들은 물가에서 텐트를 치는 것은 언제올지 모르는 폭우에 위험하기도 하여 다리 위에 텐트를 치기로 작정하고 짐을 풀었다.
휴대폰의 시간을 보니 10시 40분이다.
비교적 상당히 빠른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 이후로도 길은 계속되는 데 다녀온 바 있는 친구말로는 매우 험하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되면 가보기로 하고 일단 베이스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바닥이 시멘트라 고정핀을 박지못해 텐트를 고정시키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바위돌을 주어모아 줄로 바위를 묶고 텐트를 묶기를 여러 개..드디어 우리의 임시 집이 완성이 되었다.
주의에 바위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형태의 텐트가 완성된 것이다. 어쨋거나 잠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와이프의 속성상 이불을 한보따리 준비한 관계(심지어 베게도 준비해왔음)로 푹신하고 아늑한 보금자리가 최상의 자연환경에 완성이 된 것이다.
보금자리를 완성하자마자 배고프다는 친구아들(세준이)의 성화로 점심만들기에 들어갔다.
물이 어찌나 맑은 지 쌀뜨물을 버리기가 미안할 정도란다.
냇가의 물을 퍼서 밥을 지어도 전혀 꺼리낌이 없다.
나는 막간을 이용하여 어종 탐색에 들어간다.
물이 맑으니 큰 어종은 없을 것이고.. 간단히 할 것이니 가장 작은 견지채 하나만 달랑 들고 아래 큰 소로 들어가 묵이와 덕이를 조금씩 뿌리며 스침질을 한다. 과연 무엇이 잡힐 것인가. 스침질을 몇번 하지않아 미약한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모지??
끌어내보니 송사리보다 조금 큰 고기가 달려있다.
음.. 모야??
얼마전 TV에서 본 금강모치다.
아 그래.. 오대산 맑은 물에서 열목어와 함께 산다는 그 고기로군!!
생전 처음 접하는 고기가 신기해 자세히 들여다 본다.
생긴게 마치 버들치같이 생겼다. 크기도 비슷하고..
단지 차이가 있다면 버들치보다 보다 화려한 색깔을 띠었다는 점이다.
버들치의 특징이 반짝반짝 은비늘이 있는 점인데, 이 놈도 마찬가지로 금비늘은 가지고 있고, 중간중간에 피빛 점박이가 박혀있다. 어항에 넣어 기르면 매우 이쁠거 같다.
OK. 넌 내 어항(미래의 수족관 주인)의 어종으로 채택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망에 보관. 계속된 스침질에 계속된 입질. 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문다. 아마도 묵이와 덕이의 맛을 첨보는 듯..
처음에는 신기해서 좋았으나, 계속된 금강모치의 입질에 다소 짜증이 난다.
이 정도면 갈겨니는 있어야하는거 아닌가??
아마도 갈겨니가 못견딜 정도의 수온과 청정함인가보다.
끝까지 다른 어종은 볼 수가 없다.
식사하라고 부르는 소리에 일단 철수.
밥 한 솥에 찌게 한 솥을 5명이 거의 다 먹었을 정도로 맛이 있다.
아마도 물맛이 좋고 시장기가 동해서 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들 해본다.
설거지를 물에서하기 미안해서 우리들은 불교에서 자기가 먹은 밥그릇을 자신이 먹고 마시고하여 깨끗이 비우는 의식을 해본다. 그 과정에서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좋은 경치와 맑은 물/공기에 포만감까지 가미하여 그 동안 각박한 도회생활에 잃었던 인간성과 여유를 회복한 듯 만사에 웃음이다.
식사 후 각자가 좋아하는 자유시간을 누린다.
물가에서 탁족하며 책을 읽는 사람(각자의 와이프들), 물가에 돗자리를 깔고 오수를 즐기는 사람(친구), 차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 사람(친구 아들), 여전히 어종탐색에 골몰하는 사람(물론 나^^).
여기저기 옮겨가며 어종을 탐색했으나 손바닥보다 좀 더 큰 물고기가 유영하는 것을 바위위에서 본 것 빼고는 도대체 다른 어종은 파악이 안된다.
갈겨니는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열목어인 듯 하다.
그 놈을 잡기위해 본격적으로 수장대까지 박고 스침질을 해봤으나 여전히 올라오는 것은 금강모치뿐.
준비해간 지렁이로 바위주변에 떨구어봐도 메기의 그림자도 없다.
음..이건 문제군.
와이프를 닥달하여 매운탕을 보장한다며 수제비 재료까지 만드어오게 하지 않았던가.
졸린 눈을 비비며 엊저녁에 수제비 반죽을 하면서 맛있는 메기 매운탕을 기대하던 와이프를 보지 않았던가.
아마도 메기는 야행성이니 밤에는 우글우글할거야한 생각으로 자위해본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
다리 위 소의 중간에 있는 바위 위에서 앉아 낚시하다가 낚시가 바위돌에 걸려 도대체 회수가 안된다. 그래서 바위에서 내려와 물속으로 들어가 회수한다고 하다가 그만 견지채를 놓쳐버렸다. 견지복을 입지않고 낚시하던 중이라 이제는 물에 완전히 들어가 견지채와 바늘을 회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여 주섬주섬 옷을 벗고 팬티하나만 입고 들어가려는 데 바로 소옆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아내가 팬티는 왜 버리냐고 걍 들어가라고 한다.
건너편 모래사장에는 친구와 친구와이프가 오수에 빠져있다.
에라 자연에 온 김에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자. 홀딱벗고 수건으로 앞만 가린 후 입수 그 후엔 수건도 목에 걸친 후 완전 나체로 견지낚시 회수 바늘 회수.
물가로 나와 후다닥 물기를 닦고 옷을 입는다.
저녁에 두 여인이 깔깔거리고 웃는 데 가만히 들어보니 이 이야기를 하고있다.
험.. 험.. 자연주의자인데 모 어떼??
어느 덧 산촌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 저녁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다리 위가 아닌 낮에 낮잠을 잤던 소옆에 모래사장에서 먹기로 했다.
준비해간 각종 도구들과 저녁식사 준비물을 옮긴 후..
우리는 준비해간 돼지고기 5겹살로 저녁먹거리 요리 시작. 부족한 것은 감자구이와 라면으로 때우기로 하고..
번개탄에 불을 붙여 얇고 편편한 자갈돌을 달구어 구어먹는 일명 돌구이 5겹살.
자갈이 달구어지기를 기다리며 기대에 찬 눈동자로 돌 위를 바라보는 10개의 눈동자들.
어른 네 명에 술은 백세주 2병과 캔맥주 3병. 전부 술을 잘 못하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장인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구었습니다. 품질을 자신합니다. 드셔보십쇼.
자신있게 외치는 나의 목소리!!
10여 분만에 입안에 들어가는 노릇노릇 구워진 5겹살.
와이리 맛있노??
바로 이맛이야!!
쏟아지는 감탄사들.
하지만 몇 분에 한 첨씩 들어가는 음식물에 감질나 도저히 못 참겠는지 친구 와이프가 아이디어를 낸다.. 버너로 일단 구운 후, 돌로 구워서 먹자고.. 채택
빨라지는 입운동과 만족한 웃음들.
무엇이 좋은 지 연신 호호호 깔깔깔 푸하하하
아마도 우리네 인생에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광경의 하나가 아닐런지..
백세주 2병도 다 못마시고 2잔 정도가 남는다. 맥주는 손도 안대고..
고기를 다 구어먹고 번개불 위에 호일에 싼 감자를 15개 정도 올려놓는다.
나는 감자가 익는 것을 기다릴 수 없어 산메기 체포작전에 돌입한다.
이제는 제법 어둑어둑해진 것이다.
판을 벌인 바로 앞 소에서 지렁이를 견지바늘에 끼어 바위돌 밑을 겨냥하여 내려보낸다.
여전히 달려드는 금강모치들. 하지만 낮에처럼 적극적으로 물지는 않는다. 다행이다.
드뎌 나타나는 산메기군. 오호 반가워 산메기군.
즉각 눈 앞으로 지렁이군 이동. 기대를 채워주는 산메기군.
체포 성공. 이야 매운탕감 획득이요!!
즐거워하는 가족들.
낮에 잡은 금강모치를 잘 볼 수 있도록 물가에 모래를 파서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서 집어넣었는데 그곳에 산메기도 함께 입수.
모두들 만져보고 쓰다듬어 보고 금강모치의 아름다움에 감탄 감탄!!
기대에 차서 계속 체포작전에 들어갔으나 1마리를 더 잡는 것으로 그쪽 소에서의 활동은 마감. 익은 감자를 먹고 저녁을 완전히 파한 후 서둘러 아랫 소로 세준이와 함께 이동.
각고의 노력으로 제법 큰 산메기 1마리 체포. 메기 3마리로 매운탕을 끓여먹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아랫소에서 잡은 메기 1마리는 방류하는 것으로 아랫 소의 체포작전도 마감.산메기가 우글우글하다는 것은 과장으로 판명됨. 후레쉬로 물 속을 비추다가 열목어를 확인하는 것으로 모든 어종탐색 종료. 역시 맑은 물에 고기없다는 격언은 진실이었다.
그나저나 매운탕을 호언장담한 나의 위신은 뭐가 되는거지??
할 일도 없고 새벽부터 일어나 설친 탓에 피곤하기도 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기서는 시계도 없고 굳이 시간을 알 필요도 없다. 단지 몸이 원하는대로 움직이면 될 뿐.
아침 일찍 일어나 아랫 소로 가서 대낚시로 마지막 시도를 해본다. 깊은 곳에다 던지면 혹시 열목어나 메기가 물지 않을까?? 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원치않는 금강모치만 새까맣게 달려든다.
일찌감치 낚시를 접고 어제 오르다만 윗길로 먼저간 사람들을 따라 산책을 해본다.
여러 수종의 나무가 양쪽 길가에 무성하다. 이름모를 꽃들도 아름답게 피어있다.
산배나무엔 산배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다래줄기엔 다래가 별로 열려있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가끔가다가 머루나무도 보인다.
아직은 파란 머루송이가 오롱조롱 매달려 있는 것이 귀엽다.
30-40분 후에 내려오는 일행을 만나 같이 간 길을 내려왔다.
매운탕 재료확보에 대해 물어보는 친구와이프의 질문에 민망한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른다.
아! 어떻게 명예회복을 해야하나??
후다닥 아침먹고 진동계곡으로 갑시다. 거기서 매운탕거리 잡아서 점심을 매운탕으로 해먹고 올라갑시다라고 재촉해본다.
나의 실력과 낚시에 대한 정열을 이해하는 지라 모두 동의해준다.
후다닥 아침먹고 열심히 철수준비하여 정겨웠던 자리를 떠나자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 언젠가는 전 가족과 함께 다시오자라고 결심한 후 그 자리를 떠난다.
물론 완벽한 뒷처리는 기본이다.
몰상식한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도 한보따리 챙겨서 나왔음에랴..
내려올 때는 랜드로버 뒷자리를 와이프에게 양보한 세준이 덕에 와이프가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진동계곡으로 내려와 소나무가 무성한 냇가에 자리를 잡았다.
견지낚시를 원하는 세준이와 친구를 위해 준비를 해주고 급하게 물가에 뛰어든다.
으흐흐 기다려라 이놈들아 내가 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
20여미터을 풀어야 어쩌다 갈겨니 한마리가 올라온다.
아이고야! 와이리 협조가 안되노??
견지를 첨하는 친구가 2마리 세준이가 2마리 내가 5마리. 돌고기 한마리에 전부 갈겨니다.
여기도 어찌나 물이 맑은 지 고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급한 마음에 썰망도 써보았으나 꽝이다.
아쉬운대로 9마리로 매운탕을 준비한다.
화려하게 피빛으로 장식한 갈겨니를 잡자니 내키지가 않는다.
미안하다 갈견아!
내가 어쩔 수 없이 너를 잡는다만 명복을 빌어주마 ㅠ.ㅠ
진작에 떨어진 쌀을 내가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쌀로 밥을 지어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라면 3개를 매운탕물에 넣고 끓여 나눠먹는 데, 어찌나 잘 먹는지.. 4개를 끓여도 모자랄 뻔 했다고 후회를 한다.
부족한 배는 남은 감자와 과일로 떼우고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한 잔씩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소나무 밭을 관리하는 아저씨(쓰레기를 정성스럽게 처리하신다.)에게 자리 값으로 5,000원을 지불하고 대신 맘껏 쓰레기를 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난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친구의 부탁(조침령을 넘어가자는)을 들어줄 차례다.
진동계곡으로 깊이 들어가 설피마을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조침령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은 길이 양호한지 2륜 차도 간간히 보인다.
조침령은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조침령 정상에서 친구가 산 수박을 먹기로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고 친구가 모르고 지나간 관계로 수박은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게 되었다.
그 놈을 차게 보존하기 위해서 가는 장소마다 찬 물에 담구었건만..보람없이 짐태만 나게 된 것이다.
조침령을 넘으니 미천골 밑에 마을이 나온다.
내 예상으로는 광원리나 오대산 입구정도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조금 가면 동해가 나오는 위치인 것이다.
구룡령 정상을 올라 쉴 새도 없이 차를 몰아 광원리에 도착했다.
와이프가 2년 전 민박했던 광원리의 강촌민박이 그리워 잠시 들렸다 가자고 한다.
인사만 하고 온다는 것이 주인의 간청으로 차를 한 잔 마시기 위해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비가 간간히 뿌리기 때문에 차의 뒷부분 뚜껑이 없는 친구는 마음이 급한 지 먼저 간다고하여 먼저 보낸 후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인 아주머니 아쩌씨와 담소를 나눈다.
2년전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너무 잘해주신 덕분에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다시 들른 것이다. 두 분은 여전히 건강하시고 좋아보이셨다.
옆에 간이 숙소를 4개 더 만드셔서 본격적으로 펜션업을 하시고 계셨다.
하지만 펜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셨다. 너무 힘이 든다고..
이곳이 팔리면..따스한 곳에 조그만 집을 지어 살고싶다고 하신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다정하셔서 자신이 선물받은 가시오가피주를 조그만 물병에 한 병 따라 주신다.
가을에 가족과 함께 한번 오마고 하며 아쉬운 이별을 고한 후 길을 재촉한다.
직진이냐 우회전이냐? 직진이면 창촌이요 우회전이면 미산계곡이다.
에라 모르겠다 미산계곡이나 구경하자
절경을 감상하며 지나오다 멋진 펜션을 만나 자세히 보기위해 길을 멈춘다.
단양에 땅을 계약한 후 부쩍 펜션에 관심이 많아진 와이프다.
좋은 집이 있으면 무조건 보고 가잔다.
나는 후다닥 펜션 뒤쪽 미산계곡을 살펴본다. 견지낚시 하기에 제격이다.
시간을 보니 6시 30분이다.
실컷 보구려 나는 조금만 낚시를 할 테니..
애원하다시피 와이프를 설득한 후 후다닥 채비하여 뒤쪽으로 내려간다.
아주 좋은 위치에 펜션을 지은 것 같다.
뒤에 견지낚시가 가능할 정도의 흐름이 있는 여울과 소가 크게 형성이 되어있다.
물가에 텐트를 치고 대낚시를 담궈논 사람도 있다.
급하게 물에 들어가 기대에 가득차 바늘을 흘리니 입질이 거의 없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 다시 흘려본다.
6-7미터를 흘려 한참을 스침질하니 한마리가 걸린다.
갈겨니다.
그 후로는 계속되는 갈겨니의 행진.
행여 혹시 송애라도 하는 기대는 무참히 무너지고..
어둑어둑해지면서는 일정한 거리만 보내면 덜커덕 덜커덕 갈겨니가 물고 늘어진다.
갈 길은 멀고 잡히느니 오로지 한 종류!!
갈겨니라도 많이만 잡혀다오가 이제는 심드렁해져 재미가 없다.
접자 접어 이번 여행의 대미를 아쉬운대로 이걸로 장식하자며 물밖으로 나온다.
시간을 보니 7시 반이다.
이제부터는 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미산계곡을 지나며 바라보는 석양은 왜이리 아름다운지!!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수놓인 하늘은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그래 이번 여행의 대미는 아름다운 저녁노을로 하자
급하게 서두른 데다 요리조리 실력을 발휘하여 첩경으로 올라오니 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40분이다.
아! 즐거운 여행이었다.
친구야 고맙다.
비록 손맛을 못 봤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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