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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6-28 03: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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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river
 조회 : 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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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님!!! 줄을 그렇게 멀리 풀으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챔질이 너무 빨라!!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빨리 챔질하는게 아니지!!!"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참~~~내가 몬산다!!!
견지학당의 완벽한 훈장님, 조상훈님이 어느새 여울을 건너오고 계신다.
엉거주춤 하는 나에게 다가오더니만 이젠 아예 견지채를 빼앗는다.
"이렇게 천천히 스치듯이 천천히....천천히 ....."
"글쎄...그게....."
"그게가 아니고 챔질이 너무 빨르다니깐~~"
몇번 시범을 보이시더니만 이젠 아예 미끼통에 손을 넣어 한웅큼 확! 뿌려주고 나가신다.
아~~~스승의 마음이란 저런것이구만. 언제 어디서나 잘못된 제자를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고쳐주시는...흑흑~~~스승님. 감사합니다.
내가 아주 몬산다니깐!!!!!!
스승님 시야에 있는 동안만은 열심히 지시하신 대로 챔질해야 한다.
내 멋대로 챔질했다가는 클 난다. 허유~~어디까지 갔나? 휴~~~ 저기 가시네. 제발 돌아다 보지
말아라~~수리수리 얍!!
또 줄을 풀어 내린다.
또 상념이 따라 붙는다.
이제 팔순이 되시는 아버지.... 얼마전에 뵈올때 눈이 침침하다 하셨다.
나 태어나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단 한번도 혼나거나 맞은 적이 없다.
아버지가 나를 보실때는 그 눈은 항상 흡족함으로 가득찬 웃는 얼굴이셨고 그래서인지 내가 아버지
의 모습을 기억할때면 언제나 그 웃음진 눈이 먼저 생각나곤 하였다.
유난히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가 트레이드 마크셨던 우리 아버지....그런데 그 눈이 이젠 빛이 흐리고
침침하시다 하니.....마음이 애리고 모든게 허망한 생각이 든다.
줄은 점점 더 멀리 풀려 나가고....
그러다가 나는 다시 줄을 확 채 버린다.
그만큼 사시면서 다른 잔병없이 건강하심은 그래도 행복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아!!!!
어머니.... 언니.... 오빠.... 불경기, 호경기라는 단어 하나에 왔다 갔다하며 허우적 대야만 하는 우리
들의 삶.....
얼마만큼 줄을 풀었다 채었다 했는지....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빗줄기는 이제 아주 잦아들어 안개비가 되어 뿌옇게 온 여울에 흩뿌리고 있었다.
그 상념속에서도 갈겨니 몇마리는 파다닥대며 끌려나오니 내린천은 나를 그리 박대하지는 않는듯 한
데, 갑자기 후드덕 거리는 느낌에 줄을 확 채이니 끌려오는 이녀석 힘이 만만치가 않다.
비록 가느다란 미니 견지대였지만 설장도 여러번 타면서 온갖 용을 써 대는게 씨알어린 갈겨니는 아닌
게 분명한데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
끌어올려보니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촉감과 아름다운 자태의 송어였다. 30센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송어다! 송어다!"
마침 낚시를 거두는 시점이어서 어느덧 내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은 축하 인사를 하고 나는 송어입에
낚시바늘을 빼내면서 이제야 모든 상념이 마무리 되는것을 느꼈다.
그래.....모든것은 흐르는 것이지....이렇게 흐르는 여울물처럼....
우리 인생의 모든것은 흘러야지 낚을수 있는것 아닌가?
모든 흐르는것은 흐르게 놓아 두자. 우리의 욕심도, 우리의 고통도, 번민도, 희비도, 애상도......
THE END.......
*장문의 조행기 읽어주시느라고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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