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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9-19 19: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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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지영근 (핫바지)
 조회 : 3,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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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본의 아니게 무의미한 생을 마감토록 원인을 제공한 한 인간으로서 덕이 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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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청승맞은 산행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렵게 올라간 사패산 정상-안개로 뒤덮여 아무 것도 안보였지만-드넓은 바위들이 퍽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산 후 점심과 함께 반주로 기울인 술, 막걸리로 시작해 소주-100세주-맥주 그러다 보니 서너 술집을 돌았다 거 하니 술기운이 올라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가는 길에 꼭-반드시 청량리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면 거기에는 덕이가 있기 때문이다
청량리까지는 정신이 말짱했다 회사 동료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내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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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아온 단골에게 주인장은 어김없이 먹음직스러운-씨알 좋은-싱싱한 덕이를 큰 통에 철철 넘게 가득 채워 자루에 턱 쏟아 붙고 주둥이를 고무밴드로 칭칭 감아 검은 봉지에 숙 넣어 건넨다 받아보니 묵직하다 "그래 이눔만 있으면 낼 멍 몇 마리는 끌어올리지" 희심에 미소를 지으며 지하철에 다시 올랐다 취기가 더해 가는지 피곤해서인지 몰라도 자리에 앉자마자 내 머리통은 체면머리 없이 이리 저리로 쓰러진다 그래도 이따금 깜짝 놀래 머리를 똑바로 세울 때마다 발아래의 검은 봉투를 잊지 않고 확인했다
얼마나 왔을까 정신을 가다듬어 창밖을 보니 "신도림"이란 글자가 보인다 아직도 20분을 더가야 했다 또다시 내머리는 체면머리 없이 옆사람의 어깨로 놀러 갔다 한번은 누가 치는것 같아 깜짝놀라 머리님을 주어다 일켜 세우고 보니 곁에 여자분이 있다 에이 별루 이쁘지 않으면서 잠깐 어깨에 기댔기로서니 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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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시 취기와 잠과 싸우기를 얼마나 했을까 슬며시 멈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꺼풀에 힘을 주어 전방을 주시해보니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다 어 여기가 부평...후다닥 내렸다 "부평" 이란 글자가 또렷하게 들어온다 그럼 그렇지 으쓱해지는 기분, 술이 깬다 음 배낭도 있고...어 ~ 어 구덕이 순간 뒤돌아보니 전철 문이 닫힌다 이미 늦었다 전철이 움직인다 잽싸게 객차의 숫자를 보니 1735 가 보인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21시였다 술이 거의 다 깼다 곧바로 역무실 향했다 지난번에도 가방을 놓고 내려 신고했다니 3번째 지난역에 찾아놓았다는 연락이와 찾은 적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여유있게 역무원에게 신고했다 '시간과 객차번호 짐'에 대하여 말하자 역무원 내용물이 뭐냐고 묻는다 덕이요?-? 아니 구덕기요 ?-?-?-? 아 그게요 낚시-견지낚시 할 때 쓰는 미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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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상하다는 눈으로 건네다 보며 어딘가 전화기를 한다 그리곤 열차번호 불러주더니 날 바꿔준다 검은 비닐봉투이며 몇 번째인지 정확치 않고 뒤쪽이며 객차번호가 1735라고 알려 줬다 그럼 내용물이 뭐냐고 이양반도 묻는다 구덕기요...뭐라고요 ?-? 구덕기요 ?-?-?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여기 역무원을 바꿔 달랜다 뭐라고 자기들끼리 한참을 얘기하더니 전화기를 놓고 25분기다리란다 인천(종착역)도착 시간이라면서, 어라 저번엔 시간을 감안 도착역을 예상해 연락하여 바로 찾아주더니 뭐가..? 가다릴려다 어차피 찾아와야 하기에 인천역으로 향했다 "그래 저번에도 쉽게 찾았지"하는 의안을 삼으면서...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종착역이라 그런지 승객이 별로 없다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물어 역무실로가 사정이야기를 하니 이런 젠장 아무 것도 없단다-정말로여하고 재차 확인해 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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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가 그걸 뭘 할려고? 나에겐 귀한 것이지만... 어허 참 기막힐 일 이내, 아니 그걸 워따 쓸려고..??? 이런 확장할 노릇... 울화통이 머리끝까지 치밀고...어허-어허-어허 참만 되새기며---- 어찌 해볼 방도가 없었다 어쨔랴 발길을 돌렸다
똥 눋고 밑 안 씻은 기분 같았다 스스로 달래보지만 영 기분이 아니다 진짜 아니었다
허탈하고 울화통 터지는 맘을 달랠 길 없다
어거지로 맘을 달래며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니 상상해 보니 이런 기막힐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그는(?)분명 넘 물건이니 넘 눈치보며-가슴 조이며 슬그머니 들고 갔을 것이고 기대에 차 집까지 들고 가 거실이나 부엌에서 열어 보았다면 오 ! ! ! 열린 자루 속에 엄청난 구더기보고....기절했을까 ? 아님 뒤로 넘어 졌을까 ?
그때의 광경을 상상해 보니...저절로 대박 웃음이 금할 길 없다 ....어이구 또 가족들에게 얼마나 핀잔을 받았을까...그리고 허탈감과 자괴감이 그의 자존심을 얼마나 무너트렸을까,,,생각하니 내 맘이 오히려 아프고 그가 치근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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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나님-부처님께서 여울에 가지 말라는 가 보다"
그래두 오늘같이 기막히게 화창한 날 그 덕이를 갖고 여울로 달려갔으면 멍이 몇눔 끌어 올렸을 텐데......
=== 덕이 잘 챙깁시다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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