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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7-19 20: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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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헌
 조회 : 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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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목요일 여울사랑 번개 모임이 끝나고 이철용 선배님께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기화천으로 송어잡으러 같이 가면 어떻겠냐고 물어오셨다.
저야 대선배님께서 같이 낚시가자고 하는데 당연히 좋지요.^^
그런데 문제는 하늘이었습니다.
토요일은 고사하고 일요일까지 폭우가 온다는데 아무래도 좀...
예상대로 금요일 저녁까지 장마 비는 그칠 줄 모르고, TV뉴스에서는 계속해서 어디는 얼마 네렸네. 저기는 얼마 내렸네. 이 비는 일요일까지 올 것으로 예상되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쩌구 저쩌구...
저는 내심 아무래도 이번 연휴엔 낚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구나 생각하고 먹을 것과 필요한 장비를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심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걱정반 포기반으로 금요일 저녁 늦게 이철용 선배님에게 전화 드렸더니 가긴 가는데, 기화천이 아니라 강원도 화천으로 장소를 변경하였다고 하신다.
화천?
화천이라면 그 동네도 만만치 않게 내렸을 텐데...
여하튼 새벽 5시에 출발해서 8시정도까지 도착할 예정이니 그 시간까지 맞춰서 오라고 하셨다.
그때까지 당연히 못 가는 줄 알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부랴부랴 E 마트에 가서 매운탕 재료와 즉석 순두부찌개를 사고 각종 양념과 밥을 준비해서 바로 출발하였다.
제가 하는 일이 주로 밤에 하는 일이라서(오해하지 마세요), 낚시를 갈 때나 여행을 갈 때는 주로 밤에 출발하는 편입니다.
밤에 가다가 피곤하면 휴게소나 좋은 장소에 차를 대놓고 자는 것이 새벽에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하니 새벽 3시.
가긴 가는데 과연 낚시는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술만 먹고 오는 것 아냐?
아냐!! 술이라도 먹으면 차라리 괜찮게. 내가 화천에 도착할 때쯤 선배님이 새벽에 전화해서 "야! 이헌이 미안하지만 비가 너무 와서 이번 낚시는 취소하는게 좋겠어! 그렇게 알고 있어!" 라고 전화오면 어쩌나 !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대성리를 지날 때쯤 하늘을 보니, 하늘은 나의 앞길을 막는지 우르르 쾅광 번쩍번쩍!!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잠을 자고 생각해보자. 만일 일정이 취소되면 연락이 오겠지 뭐!
일어나니 약 새벽 8시가 조금 못 되었다.
이철용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저 이헌인데요?
"지금쯤 어디 계십니까?"(혹시 집이라고 하면 어쩌나)
"응 벌써 도착해서 지금 낚시하고 있으니까 빨리 와! 근데 넌 지금 쯤 오고 있냐?"(허거걱!! 벌써 낚시를 하고 있다고?)
"예! 지금 대성리인데요. 빨리가겠습니다"
총알같이 화천으로 급 출발.
화천에 도착하니 그때까지 내리던 장대 비는 조금 그치고 부슬비만 부슬부슬.
이철용 선배님이 감사히도 직접 마중을 나오셨다.
장소에 와서 보니 이미 백경수 선배님하고 김재섭 선배님은 낚시를 하고 계신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가히 천의 요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강에는 물안개가 끼어서 환상적이지. 물안개 사이로 멀리 다리가 보이는 것이 예술이었습니다.
더구나 낚시를 하는 장소는 큰 다리 밑이라 비가와도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또한 상류에 댐이 하나 있었는데, 이 댐은 왠만해서는 방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물살만 조금 쎌 뿐 장마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물색은 맑았습니다.
캬~! 소주 맛 정말 죽인다.
같은 소주지만 정말 서울에서 먹는 맛하고 여기서 먹는 맛하고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이 맛이 견지의 깊은 수렁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소주 몇 잔 들이키고 바로 이철용 선배님 하고 입수.
피라미의 앙탈진 몸부림을 그 즉시에서 바로 바로 체험.
특히 이철용 선배님이 선물로 주신 견지대는 정말로 맘에 들었다.
어느덧 점심때가 다가오니 배가 출출해졌다.
그래서 가지고간 매운탕 재료로 피라미 매운탕를 끊이니 맛이 일품이다.
환상의 소주 페스티발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때까지도 여기저기서 조황이나 물색을 묻는 전화가 이철용 선배님에게 빗발치고 있었다.
이철용 선배님 왈 "아! 오시라니까요. 여기서 큰 것도 잡았어요!"(큰 것은 무슨 큰 거? ^^)
사실 저뿐만 아니라 이철용 선배님이나 백경수 선배님, 김재섭 선배님 모두 피라미만 줄기차게 잡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러한 장마철에 낚시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어딥니까? 모두들 화천에 온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에 만족하듯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입수.
어느덧 저녁 무렵이 다가오고.
여전히 선배님의 핸드폰은 조황문의로 불이 날 지경이었다.
이러다 모두 화천으로 오셔서 잡은 것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화천 시장에서 누치 큰 거라도 사와야 되느 것 아닐까?
이때 이철용 선배님이 내게 주신 견지채의 설장이 확 휘었다.
뭔가 걸렸다. 순간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찰나!
움직임이 갑자기 사라졌다.
에이 돌에 걸렸네!! 좋다 말았다.
선배님 이거 돌에 걸린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이철용 선배님께서 돌에 걸렸으면 좌우로 잘 흔들어서 빼보라고 하신다.
아이 이거 어떻게 빼지. 돌이 아니라 수풀에 걸린 것 같네...
그때 갑자기 견지대가 고꾸라진다.
어! 돌에 걸린게 아니었네. 이때부터 아무생각이 없다.
내 생전 누치는 견지학당에서 10센치 조금 넘는 놈을 잡아본 것 이후로 처음인데.
어떻게 줄을 감았는지 기억이 없다. 일단 감아야만 된다는 생각 뿐
드디어 감다보니 누치 얼굴이 보인다.
그래! 네가 누치구나. 반갑다 임마! 나도 드디어 4짜 자리 누치를 잡았구나!
누치를 잡으면 돌에 걸린 것처럼 꿈쩍도 안한다(문동원 선배님 말씀)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 맞네.
누치를 잡은 것도 잠시. 다시 줄을 흘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돌에 걸린 것처럼 견지대가 팍 고꾸라졌다.
어! 또 네! (지금 생각하면 로또라도 살걸)
여기저기서 선배님들의 축하와 왜! 나 같은 초자한테만 누치가 걸리는지 모르겠다는 장난섞인 원성이 들린다.
(제가 뭐 알고 잡았나요? 이철용 선배님이 주신 이 견지대가 운이 좋은가 보죠!)
사실 죄송스럽기도 했다. 여러 고수님들 놔두고 나 같은 초자가 누치를 4자 짜리를 두 번이나 잡다니!!
두 번째의 누치를 잡고 얼떨떨한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견지채의 줄이 사정없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어! 7자 짜리정도는 되겠는데! "
백경수 선배님의 말씀이 귓가를 스친다.
연이어 "야 줄다 풀리게 놔두면 안돼!!. 그리고 앞으로 더 나가면 안돼!!" 이철용 선배님의 말씀이 들린다.
나는 50미터나 되는 줄을 풀리지 않도록 버티고 버텼습니다.
내가 지치나 네가 지치나. 어디 한번 해보자!
선배님들은 모두 낚시대를 접고 저의 힘겨운 사투를 응원하고 계셨으며, 저도 정말 이때 만큼은 단지 이놈만 끌어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한 30분이 지났을까? 물살을 가르며 누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잉! 왜 얼굴이 아니라 배가 보이지?
이때 백경수 선배님 왈 "에이 교통사고네"
그랬습니다. 7자 짜리가 아니라 아까 잡힌 놈들과 비슷한 크기지만 교통사고가 나서 그렇게 힘이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교통사고도 하필이면 배 부분에 걸리는 바람에 그 센 물살을 버티지 못해 결국 눈앞에서 누치의 배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하염없이 흰 배를 내보이면서 둥실둥실 떠 내려가는 누치를 바라보며 허탈함에 빠져버렸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내..
저녁때는 박택헌 선배님과 친구 분이 같이 오셨으며, 저녁 늦게 조상훈 선배님이 오셔서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어찌 되었건 여러 선배님들도 계신도 불구하고, 누치의 바위같은 손맛을 하루에 3번이나 맛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드리며, 이번 공로를 순전히 이철용 선배님이 주신 견지대에 모두 돌립니다.
그리고 좀더 실력을 쌓아서 다음부터는 이번처럼 누치가 잡혀준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해서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설픈 초자의 처음 써 본 조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여울사랑 이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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