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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6-10 17: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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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대훈
 조회 : 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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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견지를 해 보면서 느끼는 점을 적어 볼까 합니다.
혹 초보견지인의 짧은 식견이 있다면 여러 선배님들의 깊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이 "견지 예찬"의 글이 조행기에 포함되리라 생각하며... 그래요? 진만씨?
[견지예찬]
1. 견지는 우선 산과 계곡이 있는 경치를 본다는 즐거움이 있다. 물이 더러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양어장이나 황량한 저수지가 아닌 맑은 물의 여울 속에서 수많은 물을 스쳐보내며 내 상념속의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도 흘려버리고 건지고 싶은 뭔가를 끌어 올리는 견지 ! 이런 견지를 뭐와 비교할 수 있으리.
2. 대물은 커녕 아니 피라미 한마리라도 잡지 못하고 꽁치는 날이 훨씬 더 많아도 마음은 풋풋하게 큰 세월을 낚은 듯이 맑아져, 돌아오는 길에도 난 다음 견지 갈 생각에 잠긴다.
3. 세찬 여울을 견디고 꽂꽂이 여울 한 가운데 서서 견지를 하고 돌아 오는 날에는 온 몸이 쑤셔 집에서 자다가 끙끙 앓는다. 그래도 그 아픔이 왜 이리 뿌듯한지. 견지는 나의 유일한 운동인지도 모른다. 육체를 위한 운동 뿐 아니라 정신적 운동으로도....
4. 대낚을 드리우고도 돌아 앉아 고스돕을 치지 않아서, 그리고 큰 그물을 던져 한번에 여러마리의 고기를 잡지 않아서, 릴을 갖춘 낚시에 hooking으로 고기를 살육하듯 잡는 훌치기가 아니어서 견지가 좋다.
5. 견지를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 앉아 견지줄을 새로 감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한줄 한줄 한가닥 한가닥을 섭대 밑부분부터 가지런히 감아두는 얼빠진 모습으로 식구들에게 씨익 한번 웃어주고는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바늘을 달고 이번 출조엔 덕이만 도둑맞는 일은 없어야지, 꼭 대물을 끌어 보리라는 다짐을 가슴에 새기며 그날 밤은 멍자를 잡는 꿈에 아련히 빠져버린다.
6. 물고기가 걸렸을 때 줄을타고 견지대를 타고 내 손에 전해지는 그 느낌은 손가락보다 굵은 대낚으로 전해지는 육중함으로도, 사람만한 고기를 끌어 올리는 바다낚시의 역동감으로도 비교되지 않는 섬세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견지가 좋다.
7. 하루 하루 견지를 하면서 늘어가는 손맛의 차이를 경험하고 이런저런 차이를 한 순간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배워가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 그렇게도 해 보고.... 견지는 실로 무궁무진한 즐거움의 보고가 아닌가. 그래서 난 초보 1년차에는 큰 고기를 잡아보기 보다는 헛탕을 많이 쳐보고 왜 고기를 못 잡았는지 고민도 해 보고 하는 그런 경험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8. 견지가 즐거우니 구더기도 귀엽다. 견지하기 전엔 쳐다보기도 싫었던 구더기 이젠 뽀송뽀송하고 싱싱한 구더기를 한 줌 손에 쥐면 당장 수십마리의 멍자와 분불개가 내게 스트레이트를 날릴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9. 아이와 잡은 고기들을 한마리 한마리 눈 도장 찍고 세상의 부자된 듯한 기분으로 살려주고는 집에 돌아와 눈에 아른 거리는 고기의 모습을 더듬어 어류도감으로 고기의 이름을 찾아보는 즐거움 그리고 어류도감에는 없는 물고기의 손맛은 내 아이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10. 가끔은 잡은 고기중 두세마리로 매운탕도 끓여 먹어보고, 조림이랑 튀김을 해서 술 안주 삼아 강가에 앉아 먹는 그 기분은 견지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닌가. 활어회, 붕어찜 등을 파는 식당은 있어도 피래미 튀김, 조림, 매운탕을 파는 곳은 없지 않은가.
11. 견지의 또 다른 즐거움은 견지로 만난 모든 분들이 멋지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사는 우리 견지인은 즐거움보다 더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견지는 멍자만 낚는 것이 아니라, 돌돌이도 낚고 피라미도 낚고 세월도 낚고 그리고 사람도 낚는 즐거움의 극치라 생각된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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