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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0-13 0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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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선영
 조회 : 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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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견지채를 처음 잡은 날로부터 꼭 넉달입니다.
2기 학당을 취재가던 그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어디를 가나 여벌옷과 샌들까지 챙기던 저였는데
그날은 왠지 귀찮었었죠.
그때 즈음해서 사는것도 귀찮었던거 같아요.
가고싶었던 해외취재도 가지못하고
해외취재를 가버린 기자를 대신해 학당 취재를 와야 했거든요.
그렇게 대타로 취재를 떠나는데 아무 준비 없이 달랑 입은옷 하나 작은 손가방 하나...
전 그냥 학당 분위기와 그날의 재밌는 일만 스케치 하려고 했는데
기사 쓸사람이 경험해봐야 한다는
조상훈 선배님의 말씀에
김득수 선배님의 반바지를 빌려입고 여울에 들어갔죠.
따사롭던 햇살... 다리 살결에 닿는 차가운 물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던 그 공기 그 냄새....
청명하던 하늘, 그림같던 구름...
손끝에 전해지던 전기같은 전율은
권태로움에 무뎌져 가고 있던 저를 깨우기 충분했었죠
얼마전,
처음으로 배견지를 해봤습니다.
처음으로 띄움견지를 했던 경험처럼
첫인상이 강하진 않았습니다.
어느정도 견지에 익숙해져있던 터라
느낌보단 테크닉에 더 집중했다고나 할까...
섬세한 떨림을 잡아 내야 하던 여울과는 달리
묵직한 추를 달고 툭툭 훓터내듯 하는 방식에 적응하느라
한 4시간을 보냈습니다.
옛날 한량들이 배타고 놀았다는데
그런 기분으로 즐기고 싶었는데
내 바늘에 걸리지 않는 고기생각에 몰두해야했던
배견지는 상상만 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전 견지에서 떠나는 즐거움, 낚는 즐거움 말고도
무료한 삶을 신선하게 해줄 어떤 쇼크를 기대하고 있나봅니다.
어쨌든 그렇게 시시하게 첫 배견지가 끝나나 했습니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한채 해가 거의 저물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저 해 떨어지면 나가자...그런 말이 오갈 때쯤
견지채에 묵직한 느낌이 왔습니다.
마치 채를 낚아챌듯한 순간적으로 힘을 주는 고기, 반사적으로 힘을 주는 나
잘 감겨오지도 않는 묵직한 녀석들이
해가 다 져갈때쯤 해서야 줄줄이 걸려 올라왔습니다.
20cm에서 크게는 40cm 까지...
거의 잡는걸 포기할때쯤 걸려온 녀석들은
재미에 늦은 시동을 걸어주었고
입술 두꺼운 놈들을 건저올리고 구더기 끼우는 손이 점점 바빠졌습니다.
해가 넘어가는 20여분 정도의 시간이 왜그리 짧은지 탓하고 있을즈음
주인장은 모터모트를 타고 외칩니다.
" 나오세요. 이제 나오세요"
어김없이 걸려버린 고기를 열심히 감아 올리면서 속으로 대답합니다.
'이 판국에 어떻게 관두고 나가요!! '
해가 떨어지자 확실히 기운이 뚝 떨어지더군요.
낮엔 햇살이 따가와 반팔을 입었는데 기운이 떨어지자 가지고간 긴팔을 입어도
콧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습니다.
열심히 코 닦으면서 정신없이 낚는것도 그 뒤로 십여분.
막판에 찾아온 대박타임에 한판 정신없이 놀이기구를 타고 나서처럼
웃음이 났습니다.
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웃으면서 철수 했습니다.
기분좋게 마친 첫 배견지.
비록 멍짜는 못잡았지만 즐거움은 가득 낚고 돌아왔습니다.
덜덜덜 떤 몸은 집으로 돌아오는길 뜨끈뜨끈하고 시원한 올갱이 해장국으로 풀었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 선배님들께 감사를....
초행길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청평댐 누치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여러 선배님들이 겁주신거와 달리
단 한번도 뭍으로 가지않게한 인내심 많은 제 방광에게 감사를 ....
졸린 눈으로 쓴 재미없고 내요없는 조행기. 이상으로 마칩니다.
-_- 이렇게 두서없는 글 올리기 부끄러워 그냥 지워버릴까 하다가
"너 조행기 써! 숙제야!!" 하시던 선밴님 말씀이 떠올라
기본점수라도 받을까 해서 올립니다.
모두모두 올해 남은 짧은 기간동안 즐낚 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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