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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1-09 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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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최명심
 조회 : 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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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협회 게시판에 빙어낚시대회를 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대회의 모든 준비는 여성회원님들의 소모임 여우정사에서 맡기로 하신 것 같다.
나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엔 웬만해서는 나들이를 나서지 않는다.
게다가 섣달과 정월에는 몇 차례 제사와 명절이 몰려 있어 어쩌다 휴일에 짬이
나면 가족들과 가까운 온천이나 다녀 오는 것을 긴 겨울 동안의 여가요 낙으로 삼고
지낸다. 여기에 몇 년 전 견지를 배우고 난 후로는 심심하면 줄을 다 풀어 허전한
견지대를 손에 들고 집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는 거실에 주저앉아 섭대에 들기름을
바르는 것이 또 다른 소일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무료하게 기나 긴 겨울을 지내는 이 초보 꾼에게 빙어낚시 한마당 소식은
말 그대로 눈이 번적 뜨이는 이벤트이다.
참석 하리라 마음을 정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떠오르고,
저수지의 너른 얼음판이 머리에 그려지는 순간 어린시절 겨울방학의 재미 있었던
추억들이 덩달아 떠오른다.
시골 할아버님 댁에서 막내삼촌 그리고 사촌들과 윗방에서 고구마 깍아 먹으며
윷을 놀던 추억, 아산 큰이모댁 마을 친구들과 울퉁불퉁 얼어버린 겨울논에서
팽이치고, 썰매타고 축구를 하던 추억, 꽁꽁 얼어버린 그 넓은 아산호에서 스케이트를
타다 지쳐서 넘어지면 그대로 한참을 누워 얼음 아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얼음 솟는
소리를 듣던 일 … 등등.
아침 일찍 도착한 여주의 금사지는 아직 한가롭다.
잠시 눈 덮힌 얼음판을 내려다 보는 사이에 협회장님과 회원들이 도착하고
행사용품과 채비를 들쳐 메고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중심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하고 새해 덕담이 오고 가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한마디는 꼭 빼놓지 않고 한다. 이렇게 좋은걸… 이렇게 좋은 걸 …
어차피 낚시는 뒷전 이었기에 챙겨 온 낚시대는 가방째 내 팽개치고
하루종일 여성회원님들이 차린 야외주방과 회원들 낚시 하는 곳을
번갈아 가면서 어슬렁 대다가 얼음 구멍 속을 기웃거리며 실없이 한마디 한다.
선배님. 잘 잽혀요~?
다시 어슬렁 거리다 따끈한 오뎅을 한 꼬치 입에 넣고는 썰매를 지쳐 보는데
꼬챙이를 찍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고 어깨만 저려온다.
얼음판 위에서의 윷놀이도 재미가 그만이다. 류 호수(류 권현님의 외아들) 덕분에
우리 1조가 일등을 했다.
척사대회 최연소 참가자 류 호수가 던지면 세 번에 한 번은 윷이 나온다.
윷놀이 장소가 호수(저수지) 위라서 그랬나 ????
따스한 햇살 아래서 펼쳐지는 빙판위의 풍경은 참으로 정겨웁다.
가족과 함께 낚시를 하는 사람들,
썰매를 끌어주는 사람들,
팽이치기를 하는 사람들,
이렇게 겨울 치고는 제법 따스한 햇살 아래서 펼쳐졌던
빙어낚시 한마당은 반가운 사람들끼리의 덕담으로 시작해서
즐거운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아쉬움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섭대에 들기름이나 바르면서 기나 긴 겨울을 마냥 지루하게만 보내던
초보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흥겹고 따뜻하게 겨울 어느 하루를 즐겼다.
난생 처음, 겨우 하루 빙어낚시 다녀와서, 그것도 낚시는 안하고 음식만
축내다 온 넘이 한 자 적어 보았습니다.
고작 하루였지만 기다리던 설레임과 길게 남을 여운으로 적어도 한 달 이상
초짜의 겨울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신 여우정사 선배님들과 협회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여러 선배님과 회원님과 그리고 함께 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가 개띠 해 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협회의 대표 개띠 일꾼 두 분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두 분 선배님께 새해 좋은 일 많이 생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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