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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3-15 12: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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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섬진강 견지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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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상훈
 조회 : 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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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견지낚시
[세계일보 2004-12-16 16:33]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멀리 섬진강에서 김형한 선배의 전화가 왔다. 김 선배는 “사업은 어떻습니까”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밑밥을 뿌린 뒤에 바로 먹음직스러운 싱싱한 미끼를 툭 던졌다.
그는 “윗동네(충청 이북) 견지낚시는 11월 하순이면 견지줄을 푸는 모양인데, 이곳 아랫녘은 물빛도 알맞고 월동을 앞둔 통통한 누치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견지꾼을 기다린다”며 “눈발이 흩날리는 여울 속에서 겨울 누치를 잡아보지 않고서야 견지를 한다고 어디 가서 비린내를 풍길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엄동설한에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손맛이 그리운 사람에게 그 이상의 유혹이 어디 있으랴.
‘가자! 섬진강으로….’
지난 11일 새벽 4시 기대와 설렘에서 오는 가벼운 흥분에 찬기운도 미처 느끼지 못한 채 우리 일행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전남 구례 화개장터를 거쳐 다압여울에 도착했다.
아직 푸른 빛이 남아 있는 강둑을 내려가자 우리를 알아본 김 선배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대충 인사를 나누고 수장대를 앞세워 여울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 이곳은 햇살이 쫙 퍼져야 입질을 기대할 수 있는디”라며 햇살이 오르기 전에 차가운 물속으로 하나둘 사라지는 우리를 걱정하던 김 선배는 어느새 뒤따라와 이곳저곳 좋은 ‘낚바탕(포인트)’을 지정해 줬다. 그는 “이곳 여울은 폭이 좁아 여러 명이 같이 낚시하기에는 옹색하다”며 우리 낚시에 지장을 줄까 우려해 저 멀리 여울 속으로 걸어갔다. 이런 선배의 둿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겨울 누치는 차가운 수온으로 활동성이 무뎌지기 때문에 봄에서 가을 사이처럼 여울 속으로 밑밥을 따라 올라오지 않고 유속이 약해지는 여울 끝 지점에서 기다리며 흘러오는 밑밥을 받아먹는다.
◇견지낚시에 걸린 누치.
필자가 선 낚바탕은 여울이 20m 정도 흐르다가 살짝 유속이 죽는 지점이었다. 목에 건 밑밥 통에서 밑밥을 뿌려주고 멀리 유속이 죽는 지점까지 빨리 보내기 위해 평상시 사용하는 봉돌보다 가볍게(가벼운 봉돌도 유속이 약해지는 여울이 끝나는 지점에 가서는 가라앉으며 밑밥과 미끼가 동조되기 때문에 입질을 받을 수가 있다) 맞추어 스침질(줄을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당겼다 놔줬다 하면서 줄을 풀어주는 낚시법)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약 20m를 흘려 유속이 약해지는 지점까지 보내주자 ‘툭’ 하고 망치로 때리는 듯한, 투박하면서 강렬한 누치 특유의 입질이 들어왔지만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줄을 1m 정도 감아들여 다시 입질이 있던 지점까지 줄을 풀어주며 아주 천천히 스침질을 반복하니 ‘툭투두두’ 사정없이 설장(견지대의 머리 부문)을 차고 나간다. 견지대를 살짝 세우자 줄이 팽팽해지면서 줄이 이쪽저쪽으로 물살을 가른다. 몸쪽으로 당겼다가 휘어진 견지대가 바로 서면 앞으로 굽히며 재빨리 감는다.
이렇게 여러 번을 반복한 끝에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누런 색이 살짝 감도는 은빛 찬란한 누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온 고기가 사람을 보고 놀라 다시 한번 힘차게 모잽이로 차고 나간다. 작은 고기에서는 못 느끼는 쾌감이다. 다시 고기와의 결투가 시작된다. 끝까지 멋진 결투를 벌여준 고기가 손아귀에 뿌듯하게 잡히면서 마지막 용틀임을 하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깊은 숨을 토하면서 하늘을 보았다. 햇살이 퍼지며 잦은 입질이 들어와 일행들은 오랜만에 큰 손맛을 즐기고 있었다. 자리를 양보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낚시를 하는 선배가 걱정되어 그쪽을 바라보았다. 마침 김 선배는 ‘멍짜’(50㎝ 이상)를 낚아 환하게 웃으며 높이 들어 보여 우리의 마음속 부담을 덜어줬다. 입질이 계속 이어져 3명이 동시에 고기를 걸어 서로 줄이 감기는 바람에 감긴 줄을 풀기 위해 낚싯대를 바꿔가며 고기를 낚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오후가 되자 햇살이 약해지면서 입질 횟수도 줄고 씨알도 잘아지자 낚시를 끝냈다. 올라오는 길에 얼큰하고 시원한 민물게 매운탕으로 언 몸을 녹이고 그곳에서 선배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조상훈 한국견지낚시협회 이사
■ 포인트 안내
날씨가 추워지면 섬진강은 더욱 활기를 띤다. 견지를 즐기는 꾼들이 어한기를 맞아 섬진강을 찾기 때문이다. 12월 중순 현재 꾸준한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간전교 상류와 하류 화개여울까지는 청태로 시즌이 마감된 상태다.
겨울철 주 포인트는 화개장터부터 다압면사무소 앞까지 약 8㎞ 구간이다. 섬진강은 아직까지는 견지낚시의 불모지라 순박한 고기들이 확실한 입질을 보여주지만 겨울은 갈수기이고 강물이 맑은 때이므로 고기의 경계심이 매우 강해진다. 겨울 견지낚시는 우선 조용히 해야 하며 채비도 가늘고 섬세하게 갖추어야 많은 입질을 볼 수가 있다.
■ 교통편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을 빠져나와 남원을 거쳐 구례에 이르러 하동 방향으로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 남도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 약 6㎞ 가면 다압면사무소 앞에 이르고 이곳에서 다압여울 포인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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