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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3-15 13: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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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상훈
 조회 : 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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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지금쯤 섬진강변은 얼었던 땅이 녹으며 미약한 지열을 느낀 매화나무들이 수액을 빨아올려 만개를 준비하고 겨우내 움츠렸던 누치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 먹이를 찾아 강바닥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가자, 섬진강가로 나가 꽃 마중하며 누치를 만나야지.
3월5일 깜깜한 새벽, 우리는 새벽의 썰렁한 공기를 가르며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는 고속도로를 신명나게 달려 전주를 거쳐 구례를 목표로 향했다.
호남에서는 포인트 안내를 위해 김형한선배, 이장희씨, 등이 오기로 했다.
견지도 견지지만 오랜만에 김형한선배를 비롯하여 그리운 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또한 크다.
서울에서는 낚시춘추 기자인 김태운차장과 예춘호선생, 김재섭사장, 김대훈홍보기자, 김웅태사장, 안재찬 견지학당전조교, 그리고나, 이렇게 일곱이 출발했다.
원래 목적지는 다압면사무소 앞에 있는 다압여울이었으나 구례 지나 강 자락을 굽이굽이 돌아 간전교 옆을 지날 때 김선배로 부터 약속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간전교 하류 여울목 가든 앞 송정여울에서 김선배을 기다리는 동안 견지를 하기로 했다.
이내 김선배는 도착했고, 나무를 뿌리 채 뽑아 버릴 것 같은 바람 속에서 안재찬조교가 누치 한 마리를 걸어 나와 모두를 흥분되게 만들었다.
해동갑으로 짐을 싣고 다압으로 출발했다.
김선배의 안내로 다압면사무소 앞 둑방길에 차를 바짝 붙여 주차 시키고, 트렁크에서 온갖 장비를 한 짐씩 꺼내들고 가파른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강 이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들어가 낚시하기에는 수심이 깊어 강을 건너가기로 했다.
예춘호 선생은 팔순의 나이에도 도움을 받지 않고 세찬 물살을 건너 젊음을 과시했다.
우리가 건너온 윗여울은 잔자갈과 호박돌로 이루어져 고기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이루고 있으나 겨울 가뭄으로 물이 줄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르기 때문에 수온이 올라가는 4월쯤 좋은 낚바탕이 될 것 같다.
오늘 낚시할 곳은 여울 턱 바로 아래 수몰 된 나무가 강 우측 물속에 군데군데 박혀있는 소를 이루고 있는 지점이다.
이곳은 바닥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은폐물이 될 큰 바위나 턱이 없고 물이 맑아 대상어에게 낚시꾼이 쉽게 노출돼 낚바탕이 멀리 형성될 것이고 특히 핵심 구간은 이곳의 유일한 은폐물인 수몰된 나무 주변이 될 것 같다.
낚바탕 파악을 끝내고 밑밥을 준비하는데 호되게 비싸게 주고 산 밑밥이 대부분 번데기가 되어있다. 그래도 할 수없어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밑밥을 목에 걸고 낚바탕으로 들어갔다.
인적이 드문 새봄의 강물은 맑았다. 맑은 강물을 걸어 낚바탕으로 들어가다 보니 강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퍽 조심스러우면서도 기분이 나쁘기 않았다.
일행들의 양보로 원하는 낚바탕에 들어가 발밑의 모래가 물살에 쓸러 나가 푹푹 빠지며 끈질기게 스침질을 했지만 입질이 없다.
오랫동안 입질 없자 이곳 낚바탕을 안내한 김선배가 미안한 마음에 혼자 말처럼 “시방 머리에 김이 폴폴 날려고 하는디” 하는 소리에 모두들 파안대소 했다.
확인해 보고 싶다. 다시 강을 건너 고기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수몰된 나무를 향하여 낮은 포복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물속을 살펴보니 수몰된 나무 주위에만 수많은 검은 돌들이 보인다. 아니 움직인다. 수백 마리의 누치들이 바닥에 엎드려 미약하게 움직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검은 돌로 보였다.
수온이 오르지 않아 아직까지 고기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뛰는 가슴을 가라 안치고 일행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마음만 더욱 바빠졌을 뿐 입질이 없어 우선 점심을 먹고 수온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는 오후 시간대를 기대해보기로 했다. 모두들 고기 구경하며 떠들고 있는 사이에 김대훈기자가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강가 미루나무 숲 속에 테이블을 준비하고 언제 라면을 다 끓여 놓았는지 모두들 와서 먹으라고 독촉을 하였다. 다 같이 라면 냄비 옆에 앉아 김대훈기자에게 라면을 배식받아 후루룩거리며 이재일씨가 준비해 온 김밥도 하나씩 곁들여 먹으니 바람도 한들거리고 라면 맛도 이 세상맛이 아니었다. 견지꾼이 섬진강을 찾을 때 연락만 하면 언제나 달려 나와 안내를 해주는 김선배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커피 한 잔씩 받아 마시고 나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부러운 것도 없다.
다시 한번 오늘 낚시를 세심하게 살펴보자. 수심은 내가 서있는 곳은 허리 깊이나 수몰된 나무쪽은 한길이 넘으니 수심은 적당하고, 수량은 썰물에 영향을 받아 조금씩 줄고 있으나 자연 하천이기에 큰 영향은 없고. 미끼는 골라 쓰면 그런대로 쓸 것 같은데 밑밥은 구더기가 대부분 번데기가 되어 있어 물 위에 뿌려주면 가라앉지 않고 떠내려가 밑밥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행에게 빌려 싱싱한 밑밥으로 바꾸었고, 견지대도 봄철의 미약한 입질을 대비해 강대를 준비했다. 햇살이 올라 수온도 오전보다 올랐으니 바닥에 움츠리고 있던 고기들도 봄바람난 큰애기처럼 살금살금 먹이를 찾아 움직이겠지. 이제부터 오직 대상어 만을 생각하며 그것을 노리고 호흡을 맞추어 요령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다.
내 앞쪽에서 낚시를 한 김재섭사장을 시작으로 해서 예상대로 수몰된 나무 앞에서 나에게도 미약한 입질이 있어 길게 챔질을 해주니 힘찬 반응과 함께 줄이 이리저리 물을 가르며 힘차게 설장을 차고 나간다. 한참을 놀리다가 끌어내어 손에 들었을 때는 온몸에 희열이 퍼지고 강물이 햇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것이 마치 갈채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포인트 안내: 새봄을 맞아 섬진강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견지꾼들이 겨울 동안 주로 찾던 다압여울에서 새봄을 맞아 폭발적인 입질이 있기 때문이다.
다압여울은 3월 초순 현재 꾸준한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는 봄철에는 간전교 아래부터 송정여울 구간이 주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섬진강은 아직까지는 견지낚시의 불모지라 순박한 고기들이 확실한 입질을
보여주는 곳이라 견지를 할 수 있는 여울만 있으며 어느 곳에서나 화근 한 손맛을 기대할 수 있다.
교통편: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을 빠져나와 17번 국도로 남원 방향으로 가다 19번 국도로 바꿔 타고 구례에 이르면 하동방향으로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 남도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 약 10km 가면 다압면사무소 앞에 이르고 이곳에서 직진하면 좌측으로 제방길이 보인다.
제방 길에 차를 주차하고 강가로 내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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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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